[바둑]제54회 국수전…삭감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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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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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9단 ● 최철한 9단
도전기 결승 1국 3보(46~63)

백 46부터 백 52까지 백은 머리를 내밀고 봐야 하는 모습. 흑 49로 자청해서 두 점 머리를 두들겨 맞았다. 보통은 두 점 머리를 맞는 게 나쁘다고 하지만 이 경우는 좋은 수다. 때로는 상식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구애받지 않는 경지, 그것이 진정 고수가 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

흑 53이 싱거웠다. 백의 침입을 방비하면서 흑 세력을 키우자는 수로 보인다. 하지만 이 수에 대해 말들이 있었다. 참고 1도처럼 흑 1로 붙일 곳이라는 의견이 검토실에서 나왔다. 백 2로 두면 흑 3, 5로 싸 발라 최대한 흑진을 키우는 게 좋았다는 것.

백이 반발해 참고 2도 백 2처럼 흑진 안으로 뛰어들면 어떻게 되나. 이 경우도 흑 5까지 일단 좌하귀 백집이 많이 깨지기 때문에 백이 하변에서 살더라도 흑은 실전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백으로서는 하변부터 중앙까지 흑진을 그냥 굳혀줘서는 이기기 힘들다. 지금이 삭감할 찬스인데 어디까지 들어가야 할까. 이창호 9단은 백 54, 56으로 조심스러운 삭감을 선택했다. 흑 57은 선수의 의미가 있는 큰 곳이긴 하지만 일단 62의 자리를 받고 싶다. 상대가 생각보다 얕게 삭감해 들어오니까 최철한 9단으로서는 지키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백 62가 두어지자 안형이 풍부해지며 탄력이 생겼다. 흑으로서는 62로 지키는 것이 정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윤양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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