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년 만에 佛서 돌아오는 외규장각 의궤, 이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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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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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자 佛 동의해야 전시… 국보지정 못해

1866년 프랑스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 간 조선왕실 의궤 297권이 5월 31일까지 한국에 돌아온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의궤 가운데 하나인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의 속지.
문화재청 제공
1866년 프랑스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 간 조선왕실 의궤 297권이 5월 31일까지 한국에 돌아온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의궤 가운데 하나인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의 속지. 문화재청 제공
프랑스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는 조선왕실 의궤 297권이 이르면 이달 말부터 한국에 돌아온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지 145년 만이다. 5월 말까지 모두 돌아오는 이들 의궤는 7월 19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 전시된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한국과 프랑스 정상이 ‘의궤 대여’에 합의한 이후 지난달 양국의 공식 서명이 있었고 현재 구체적인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양국의 실무 담당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

13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김영나 관장, 조현종 학예연구실장, 오영찬 학예연구관 등 외규장각 의궤 협상팀이 프랑스로 출국했다. 협상팀은 프랑스국립도서관 측과 이번 주말까지 구체적인 대여 조건 및 일정을 논의한다. 외규장각 약탈도서 반환에 관한 논란들을 짚고 궁금증을 풀어본다.

① 대여인가 반환인가

반환이 아니라 대여, 즉 빌려오는 것이다. 5년 단위로 대여를 하고 5년이 지나면 매번 갱신이 가능한 방식이다. 대여 형식의 조건부 반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약탈당한 문화재를 반환이 아니라 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영구 대여가 가능한 형식으로 대여해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옹호론도 많다. 허권 유네스코 평화센터 원장은 “국제사회에서 요즘 문화재 반환은 영구 대여 방식이 대세이며 그렇지 않고서는 반환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여이기 때문에 소유권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다.

② 유물로서의 가치는

의궤란 조선시대 왕실의 각종 행사를 그림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문서. 조선시대의 엄정한 기록 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의궤는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 ‘존숭도감의궤(尊崇都監儀軌)’ ‘장례도감의궤(葬禮都監儀軌)’ ‘천릉천원도감의궤(遷陵遷園都監儀軌)’ ‘친경의궤(親耕儀軌)’ ‘영정도감의궤(影幀都監儀軌)’ 등 191종 298권이었다. 이 가운데 ‘휘경원원소도감의궤’는 1993년 영구 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국내에 있는 의궤 가운데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2940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490권이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는 어람용(御覽用·임금이 열람하도록 고급스럽게 꾸민 의궤)과 유일본이 다수 포함돼 그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③ 앞으로 일정은

구체적인 절차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실무협상을 거쳐 협정을 체결해야 알 수 있다. 오영찬 학예연구관은 출국에 앞서 “한꺼번에 모두 들여올지, 두세 차례로 나누어 들여올지 논의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르면 이달 말부터 디지털화 작업이 끝난 순서로 두세 차례에 나눠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우든 지난달 양국 간 합의에 따라 5월 31일까지는 모두 한국에 들어온다.

④ 문화재 지정은

국보나 보물로는 지정할 수 없다. 외국에 소유권이 있는 문화재는 국가 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청도 돌아오는 의궤에 대한 국보나 보물 지정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소유권자가 아니어도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역시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품이다. 이 직지심경은 1377년 충북 청주시 흥덕사에서 간행했다. 청주시가 신청해 2001년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됐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외규장각 의궤도 프랑스국립도서관이 반대하지 않으면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허권 원장은 “외규장각 의궤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추가할 수 있다면 의궤의 가치를 높이고 좀 더 완벽한 컬렉션으로 꾸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⑤ 보관은 어디에

문화재청은 이들 의궤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반론도 나온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원래 위치했던 강화도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난해 강화도에 강화역사박물관이 생겨 이곳이 보관 장소로 더 적절하다는 주장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⑥ 촬영 - 복제 - 전시 가능한가

의궤를 활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소유권자인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프랑스가 반대하면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한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실무협상에서 프랑스의 동의를 어느 수준까지 얻어내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상 의궤를 넘겨주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상당 부분 동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외규장각 의궤 귀향 특별전을 열기로 일정을 정했다. 297권을 모두 전시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를 선별해 전시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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