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역사 속 지진, 미래 예고…한반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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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무리가 지면 지진이 일어난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규모 9.0의 강진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기록한 실록 등 역사서를 보면 수없이 많은 지진이 일어났고 인명과 재산 피해도 속출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는 799년(신라 혜공왕 15)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 100여명이 숨졌다고 기록되는 등 모두 100여 건의 지진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고려시대 역사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에도 190여건의 지진이 보고됐다.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편년체 사서인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2000여건에 가까운 지진 기록이 실려 있다.

실록에 따르면 지진은 대개 경상도와 강원도, 전라도 지방에 집중됐고 집이 흔들릴 정도의 강진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또 지진 발생 전에는 지각에 있던 가스들(대부분이 수증기)이 방출되고 그것이 공중에서 햇빛을 산란시켜 무리를 만드는 햇무리가 일어나 백성이 지진 발생을 미리 짐작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498년(연산군 4년)에는 하루에도 2~4차례 지진이 일어났고 1518년(중종 13년)에는 전국에 지진이 발생해 사람과 짐승이 모두 피하고 성첩(城堞)이 무너지고 떨어졌다.

1597년(선조 30년)에는 함경도에 8일 연속 지진이 일어나 담벼락이 흔들리고 병들어 누워 일어나지 못한 이도 있었으며 1640년(인조18년)에는 양주의 수락산이 무너졌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또 1668년(현종 9년) 평안도 철산에서는 바닷물이 크게 넘치고 지진이 일어나 지붕의 기와가 모두 기울어졌다고 기록돼 있어 당시에도 지진 해일(쓰나미)이 있었던 것 아닌가를 짐작케 했다.

그리고 순종실록에는 1923년 관동 대지진일 발생하자 일본에 구조금으로 일금 3만원을 하사했고 일본에 조문을 보냈다고 기록돼 있어 이번 일본 대지진에 우리 정부가 즉각 구호활동에 나서고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과 비견됐다.

20세기 들어서는 1936년의 지리산 쌍계사 지진과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의 홍성 지진이 대표적이며 1978년 이후에는 연평균 40회 정도 지진이 계측되고 있고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10회 정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같은 대지진은 아니더라도 이런 과거 지진활동을 감안한다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상일 경북대 교수(지리학과)는 15일 "우리나라 지진은 활성기와 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조선시대 이후 한반도 지진 발생 양상은 특성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는 1905년부터 시작된 5단계의 활성기다"고 말했다.

그는 "1·3단계는 지진이 활발했고 2·4단계는 거의 없었다. 5단계는 지진 발생빈도가 높은 시기로 샌프란시스코 지진(1906년), 일본 관동 대지진(1923)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으로 20~30여 년간은 방심할 수 없으며 지금은 지하에서 에너지가 모이고 시기다"고 경고했다.

전남대 지질환경전공 신동훈 교수는 "역사 지진을 보면 평소보다 많이 발생했던 시기가 있다. 한반도에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통상 100~150주년 주기로 큰 지진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 주기가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닐 테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지진을 준비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와 피해 정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건물의 내진 설계도 강력히 규제하고 지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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