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소셜커머스, 공연계 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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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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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제작사인 M사는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로부터 ‘공연 입장권 공동 구매를 진행하자’는 전화를 부쩍 많이 받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소셜커머스가 공연계에서 새로운 티켓 유통망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업체가 요구하는 입장권 할인율이 터무니없이 높아 최대한 안하고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식업과 일반상품 시장에서 붐을 일으킨 소셜커머스가 공연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확산 속도도 빨라 이 새로운 유통망이 침체에 빠져 있는 공연 시장을 구원할지 아니면 시장을 더욱 왜곡시켜 위기로 몰고 갈지 의견이 분분하다.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말.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문 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년이 채 안되지만 전문 업체가 이미 200개 이상 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윈윈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가장 큰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홍보 능력이 없는 업체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대중에게 홍보하고 대신 상품 가격을 50% 이상 할인해 소비자에게도 혜택을 준다. 업체의 인지도가 낮아도 만드는 상품의 품질에 자신만 있다면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대신 소셜커머스 업체 측이 매출의 15∼20%를 수수료로 떼어 이익을 남긴다. 제작사 입장에선 원래 판매가격의 30%가량만 갖는 셈이다.

공연계에서도 소셜커머스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친 사례는 많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늘근도둑이야기’의 공동 제작사인 이다엔터테인먼트는 소셜커머스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와 손잡고 입장권을 판매했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10일 딱 하루인 24시간 동안 티켓몬스터 사이트에서 원래 3만5000원인 입장권을 67% 할인한 1만5000원에 내놓았다.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홍예슬 씨는 “전체 53회차 공연까지를 대상으로 했는데 처음 배당한 1300장을 다 판매하고 추가로 300여 장을 더 팔았다”고 밝혔다. 전체 좌석의 18% 이상을 공연 시작 전, 그것도 단 하루 만에 완전 판매한 것이다. 그는 “예상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팔긴 했지만 홍보 효과도 만족스럽고 평소라면 잘 안 팔리는 구석 자리까지 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 한편으로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도 지적된다. ‘카드 할인’ ‘커플 할인’ ‘이벤트 할인’ 등으로 ‘공연은 제값 주고 안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공연티켓의 심리적 가격을 더욱 낮추고 있다는 것. 당장의 진통을 덜어주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독이 되는 마약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소셜커머스’ 키워드로 검색하면 “소셜커머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엔 제값 내고 사는 게 꺼려진다”는 누리꾼의 소감이 넘쳐난다. 한국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연극 티켓가격이 거의 영화표 가격 정도로 낮아졌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다 망하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이들 업체도 흥행이 되는 공연만 취급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점. 한 공연장의 홍보마케팅 담당자는 “정작 홍보가 필요한 작품성 있는 공연들이 외면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를 통해 공연을 보는 사람 중 많은 수가 평소 공연을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비자라며 소셜커머스가 공연시장의 확대를 가져온다는 반론도 있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인사는 “소셜커머스는 공연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부를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공연이 활성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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