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85>齊人이 伐燕勝之어늘 宣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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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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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에는 제후들이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침략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침략에 성공하면 그것을 하늘의 뜻이라고 정당화하려 했다. 하지만 맹자는 ‘양혜왕·하’ 제10장에서 영토 확장을 위한 침략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맹자는 포악한 군주를 타도하고 민중을 도탄에서 구하는 정벌은 정당하다고 여겼다.

‘사기’에 따르면 제나라 사람이 연나라를 쳐서 승리한 사실은 제나라 宣王(선왕) 때의 일이 아니라 (민,혼)王(민왕)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자(주희)는 ‘맹자’의 글에 착오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한 일은 宣王 때도 있었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착오가 아니다.

寡人은 제후의 일인칭으로 여기서는 제나라 선왕이 자신을 가리키는 지시어이다. 勿取는 전쟁에서 이긴 연나라를 취하지 말라는 말이다. 萬乘之國은 兵車(병거) 1만 乘(승)을 낼 수 있는 나라로 본래는 천자의 나라를 가리키지만 전국시대에는 제후의 대국을 가리킨다. 五旬은 오십일이다. 擧之란 그 나라 전체를 공략하여 멸망시키는 것을 말한다. 人力不至於此는 인력만으로는 이런 상황에 이르지 못하므로 하늘의 뜻이 그렇게 만들었으리라는 뜻이다. 天殃(천앙)은 하늘이 내리는 災殃(재앙)을 말한다.

비단 정벌에 의한 영토 획득에서만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우연한 취득이 있을 때 사람들은 흔히 그것을 하늘의 뜻으로 간주해 정당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의에 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어떠한 취득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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