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여 개 출판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종이책의 디지털 파일(쿽이나 인디자인 파일)을 전자책 파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3, 4월경에는 이 프로그램을 출판사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종이책 편집이 끝난 책을 출판사가 바로 전자책으로 변환할 수 있어 국내 전자책 시장이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출판계의 화두는 전자책. 지난해 아이패드의 국내 보급과 삼성 갤럭시탭 등 태블릿PC의 확산은 출판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킨들 같은 전용기기 기반 전자책 출판에 수년 동안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던 국내 출판계가 태블릿PC에는 큰 관심을 보이며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21세기북스는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북’(가칭)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종이책과 달리 필요에 따라 계속 업데이트가 가능한 게 스마트북의 특징이다. 요리나 여행처럼 새로운 정보가 중요한 책은 종이책으로 나오면 이내 구간(舊刊)이 돼버리지만 스마트북은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마트북은 처음부터 종이책으로 출간하지 않고 전자책으로 기획했다.
전자책 붐을 가장 기대하는 분야 중 하나인 어린이책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2003년 출시돼 18권까지 1000만 부 이상 팔린 ‘마법천자문’이 4일 갤럭시탭 버전의 전자책으로 나왔다. 3월에는 아이패드 버전이 나온다. 500만 부 이상 팔린 학습도서 ‘노빈손시리즈’도 전자책 개발을 끝내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문학동네는 12년 동안 이 회사가 주최한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을 스마트폰 갤럭시 버전 전자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태블릿PC를 통한 전자책 붐은 한편 셀프출판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다 전자책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최근 소설가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아이패드를 통해 책을 직접 내는 셀프출판 회사를 설립했다. ‘위스키 사우어’ ‘블러디 매리’ 등을 쓴 미국의 인기 작가 조 콘래드는 자신의 책들이 절판되면 저작권을 출판사에서 회수해 아마존과 애플 아이북스 등에서 전자책으로 출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책을 읽는 도구로 널리 사용되는 데는 아직 ‘예열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전자책 콘텐츠가 풍부해지면 이런 도구로 책을 읽는 독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불거진 G마켓 등 오픈마켓이 촉발한 책값 덤핑 논란은 올해 초에도 지속될 이슈다. 오픈마켓의 공세에 당황한 온라인 서점들과 책값 정상화를 바라는 출판사들이 손을 잡고 온라인 출판 시장의 적정한 룰을 만들고 있다. 조재은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들과 출판인회의가 책값의 합리적 책정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문화부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를 폐지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가칭)을 설립하는 것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침체된 출판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흥기구 설립을 요구해왔다. 문화부는 이와 관련한 법 개정 실무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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