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조지킬’ 눈짓 몸짓에 객석은 포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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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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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연출★★★★ 연기★★★★☆ 노래★★★★ 무대★★★★

조승우 사진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조승우 사진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빨간 주사액이 담긴 주사기를 왼팔에 쿡 찔러 넣는다. 격렬한 체내 반응에 절규하다가 혼절한다. 다시 깨어난 그는 변했다. ‘지킬’에서 ‘하이드’로.

묶었던 말총머리를 풀어 머리를 산발한 하이드의 모습은 기괴하다. 강렬한 눈빛, 쇳소리 나는 목소리, 구부정한 자세에 잔뜩 오므린 손가락까지. 나긋나긋하던 지킬의 어투와 행동은 말끔히 사라졌다. 괴물로 변한 그가 상승기를 타고 공중으로 훌쩍 날아오를 때는 전율마저 느껴졌다. 10월 제대한 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돌아온 ‘조지킬’ 조승우의 ‘미친 존재감’은 여전했다.

지난달 30일 시작한 ‘지킬 앤 하이드’는 개막 전부터 여러 화제를 낳았다. 1차 티켓 오픈 당시 조승우의 13회 출연 분(1만5600여 장)은 15분 만에 매진됐고, 그가 회당 1800만 원의 출연료(80회·총 14억4000만 원)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출연료 거품 논란’까지 빚었기 때문. 대체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가 뭐기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은 ‘때깔’부터 달랐다. 조승우의 연기가 어떻고, 연출이나 무대는 어땠고 이런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 2004년 초연 때부터 매진 행보를 이어가며 35만 관객을 모은 히트작을 두고 작품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철 지난 얘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4년여 만에 분신과도 같은 ‘지킬 앤 하이드’로 돌아온 조승우와 그를 기다려온 관객들의 상호교감이 빚는 엄청난 에너지였다.

개막 후 두 번째로 조승우가 무대에 섰던 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1200여 객석은 빼곡히 찼고, 관객은 공연 전 암전되자마자 뜨거운 박수로 진한 기대를 표시했다. 조승우가 등장하자 극장 안 2400여 개의 눈은 그의 손끝, 눈짓 하나하나에 쏠렸고, 그의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치열한 표 쟁탈전을 뚫고 ‘조지킬’을 눈앞에 둔 관객은 맛난 사탕을 살살 돌려먹는 듯 아껴가며 공연을 즐겼다.

그런 기대작렬의 초점인 조승우는 감정을 낱낱이 드러내면서도 또렷한 대사, 안정된 노래, 섬세한 동작으로 ‘지킬’과 ‘하이드’란 딱 맞은 두 벌의 옷을 번갈아 입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이드’로 변해 자신을 조소했던 이사회 멤버들을 죽이는 장면이나, 천둥 번개의 번쩍임에 맞춰 도망치려는 루시 앞에 등장해 그를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어머!’라는 탄성이 날 정도로 객석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재미를 위해서는 1부를 잘 견뎌야 한다. 조승우가 약을 맞고 ‘하이드’로 처음 변신하기까지 1시간이 걸린다. 인터미션 20분을 제외하고 2시간 20분 공연 가운데 절반은 밋밋한 지킬만 봐야 한다. 초반 ‘지킬’의 두 연인인 요조숙녀 엠마와 길거리 여성인 루시의 뻔한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도 지루했다. 하이드가 안정제를 맞고 쓰러져 아직 깨지 않았는데도 친구 어터슨이 “오∼ 헨리(지킬)”라고 알아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커튼콜의 기립박수는 이번에도 재현됐다. 엠마가 나왔을 때 3분의 1, 루시가 나왔을 때 다시 3분의 1, 지킬이 나왔을 때 모든 관객이 일어났다.

:i:

5만∼13만 원. 내년 3월 31일까지. 02-1577-2365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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