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푸는 한방 보따리]“남자는 코 여자는 입 잘생겨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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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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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발달에 따라 ‘성(性) 인지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녀의 유전적인 차이는 약 1%에 불과하지만 같은 병이라도 성에 따라 발생 비율, 원인과 증상은 물론 약물 반응도 다르다. 지금까지 남성을 기준으로 한 진료체계에서 소외됐던 여성의 특이성을 반영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남녀의 차이에 대한 서술이 나온다. 이 책 첫 장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에서 ‘여자는 7세에, 남자는 8세에 성징(性徵)이 발현되고 생리 발달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남녀의 차이에서 더 나아가 사람마다 형색(形色)에 따라 오장육부가 다르며 치료법도 다르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형상의학에서는 남자는 검고 코가 잘생겨야 하며, 여자는 희고 입이 잘생겨야 건강하다고 본다. 남자는 외부 활동에서 얻는 재화를 후각을 통해 얻어야 하므로 코가 크고 잘생기면서 검어야 유리하다. 여자는 안에서 재화를 잘 받아 관리하기 위해 입이 잘생겨야 한다는 얘기다.

남자의 신체는 어깨가 축이고 여자는 골반이 축이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는 딱지치기를 즐겼고, 여자아이는 고무줄넘기를 좋아했다. 일을 할 때도 남자는 서서 괭이질을 주로 했고, 여자는 앉아서 호미질을 했다. 남녀의 인체구조와 생리 차이가 놀이와 노동에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여자에게 술과 담배를 하지 말라는 것도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2세 생산을 위한 생리적인 문제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여자는 기본적으로 땅의 기운을 타고나면서 흡수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해로움도 더 잘 축적한다. 남자는 하늘의 기운이 하강하는 기세를 타고났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하면 무모해지고 기분이 좋아져 과한 행동을 보인다.

남녀에게 빈발하는 병도 다르다. 남자는 정기(精氣)의 활용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과로와 성생활, 음주와 관련된 병이 많다. 정기를 보해주는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과 쌍화탕(雙和湯) 등을 쓴다. 여자는 음혈(陰血)을 응집하고 정서적인 집착에서 오는 울화병과 위장병이 많다. 이럴 때는 기를 발산시키는 이진탕(二陳湯)과 혈을 보하는 사물탕(四物湯) 등을 기본으로 처방한다.

하지만 형상의학에 정통한 한의사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처럼 생겼거나 여자가 남자처럼 생겨 남녀의 경계가 애매하면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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