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무대에 오른 웹툰… 감칠맛은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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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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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연출★★★ 연기★★★☆ 노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원작의 주요 에피소드를 그대로 나열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캣츠비’ 역의 데니안(왼쪽)과 ‘선’ 역의 이연두.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원작의 주요 에피소드를 그대로 나열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캣츠비’ 역의 데니안(왼쪽)과 ‘선’ 역의 이연두.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6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차인 뒤 새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돌아왔네요.”

이런 상황을 인터넷에 올린다면? “한번 떠났던 여자는 다시 떠난다”거나 “새 여자친구에게나 잘해라”는 의견이 주로 달릴 법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얘기라면 쉽지 않다. 이성적, 도덕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게 사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부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연출 허희진)는 20대 청춘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강도하 작가가 2005년 인터넷 포털 ‘다음’에 연재한 웹툰(인터넷 만화)이 원작. 2007년에는 케이블채널 tvN이 동명 드라마로 만들었고 같은 해 처음 뮤지컬로 선보였다.

줄거리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얘기다. 청년 백수인 캣츠비 연인인 페르수는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 임신을 했는데 이 아이가 남편도, 캣츠비도 아닌 캣츠비 친구의 아이라는 설정이다. 웹툰은 잔잔한 전개와 풍부한 배경 설명, 미려한 그림으로 이 같은 상황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지만 공연은 공감을 얻어내기보다는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데 급급했다. 총 74편(편당 50컷 내외)으로 이뤄진 웹툰은 풍부한 분량에 걸맞게 곳곳에 여운을 남겼지만 110분의 공연은 주요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 페르수의 남편인 브루독이 캣츠비에게 “(페르수와) 같이 자봤나”라고 채근하다가 “농담일세”라고 얘기하는 등 주요 장면의 대사마저 대부분 웹툰과 똑같다. 하지만 배우들이 몸소 뛰어다니며 입체영화관 풍경을 표현하거나 닭갈비집 아줌마가 미친 듯이 밥 비비는 장면은 공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웃음을 주었다.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의 심은진은 이번 뮤지컬 데뷔 무대에서 귀엽고 톡톡 튀는 ‘선’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캣츠비에게 버림받은 뒤 이별 노래를 부를 때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정이입에 충실했다. 하지만 캣츠비 역의 박재정은 아쉬움이 남았다. 꺼벙한 연기를 빼면 감정 표현도 부자연스러웠고, 고음을 소화 못해 코러스 음이나 동료 배우와의 합창에 의지했다. 캣츠비 역에 더블 캐스팅된 그룹 god 출신의 데니안이 보다 무난한 가창력을 선보인다고 제작사는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2만∼5만 원.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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