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단명국의 비극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 최철한 9단 ● 류동완 2단
본선 16강 5국 총보(1∼96)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96을 본 류동완 2단은 참고도를 그려본다. 흑 14까지 좌변에서 제법 큰 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백 15를 당하는 순간 덤까지 포함해 15집은 뒤져 있다.

이 정도 차이가 나면 더 바둑을 둘 흥이 나지 않는다. 잠시 뜸을 들이던 류 2단은 하변 흑 41을 가리키며 돌을 거뒀다.

흑 41은 흑을 한순간에 패망으로 이끈 수였다. 이단젖힘을 매끈한 맥처럼 여긴 것이 착각이었다. 백 40의 위쪽을 둬 백 석 점을 끊는 것이 정수였다. 프로의 감각으로는 무식한 수법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뒀어야 형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후 진행은 흑의 참화였다. 백 62까지 우하 흑은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됐다. 이 흑을 둘러싼 백돌도 차례차례 탈출하거나 두 집 내고 살아버렸다.

복기를 하는 류 2단의 모습에 일찍 판을 그르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강자와 한번 멋지게 둬보자는 대국 전 결의를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와르르 무너진 것이 못내 아쉽다. 흑 41 이하는 복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 류 2단은 본선 1회전에서 꿈을 접었다.

최철한 9단의 다음 상대는 원성진 9단. 동갑내기인 원 9단은 현재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에 올라가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첫판은 생각보다 쉽게 넘었지만 앞으로 첩첩산중이다. 82…77. 96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