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한-러 정상커플 ‘二色 몸짓’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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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이몬다’
안무★★★☆ 연출★★★★ 무용수의 기량 25일 공연★★★★ 26일 공연★★★★☆
25일 ‘라이몬다’의 주역을 맡은 국립발레단의 김주원(왼쪽)과 김현웅. 김주원의 섬세한 상체 표현과 김현웅의 정확하고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였다.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프랑스 백작부인의 조카 라이몬다는 연인이자 기사인 장 드 브리엔을 전쟁터에 떠나보내고 그리움에 젖어 잠든다. 꿈속에서 재회한 연인과 행복한 춤을 추지만 그는 곧 사라지고, 별안간 동양의 낯선 기사가 나타난다. 기사는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지만 라이몬다는 공포에 질려 기절한다.

신비롭고 환상적이면서도 낯설고 두렵다. 고전발레 ‘라이몬다’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25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라이몬다’는 13세기 십자군전쟁 시기 헝가리 왕국이 배경이다.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을 재안무했으며 전막 공연으로는 국내 초연이다.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한국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프티파 안무로 초연된 1898년 당시 러시아의 오리엔탈리즘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작품이기도 하다.

압데라흐만이 장 드 브리엔과의 결투에서 힘없이 패하는 모습은 19세기 서양 제국주의와 유럽 중심적 사고를 반영하는 동시에 서유럽보다 동쪽에 위치해 끊임없이 이슬람권과 갈등해야 했던 러시아 역사를 담고 있다.

이처럼 서양과 동양의 갈등을 그린 작품에서 서양의 무용수와 동양의 무용수들이 만나 호흡을 맞췄다는 점은 역설적이면서 의미 깊다. 25일 공연에서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과 김현웅이 각각 라이몬다와 장 드 브리엔 역을 맡았다. 26일에는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마리야 알라시와 알렉산드르 볼치코프가 주역으로 나서고 압데라흐만과 라이몬다의 친구들 등 주요 배역에도 러시아 무용수들이 나서 국립발레단 군무와 함께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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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라이몬다’ 주역을 맡은 볼쇼이발레단의 마리야 알라시(왼쪽)와 알렉산드르 볼치코프. 압도적인 기술적 완성도와 음악을 타고 흐르는 탁월한 표현력을 선보였다.
이들 출연진은 여러 면에서 우열을 판가름하기 어려운 실력을 선보였다. 김주원 특유의 섬세한 상체 표현력은 발끝으로 선 채 헝가리와 러시아 민속춤을 응용한 독특한 상체 동작을 연달아 선보이는 1막 독무에서 생생히 살아났다. 알라시는 모든 장면에서 압도적인 기술적 완성도를 보였고 음악과의 조화도 훌륭했다. 정확하고 높은 도약과 회전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김현웅, 종종 회전 동작에서 몸의 축이 흔들렸지만 유연성과 탄력이 뛰어났던 볼치코프도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반면 초연인 탓인지 한국 무용수들이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인 점, 26일 공연에서 러시아 무용수들이 군무진과 부딪히거나 무대 공간 활용에서 실수를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5일 첫 공연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안무가 그리고로비치가 무대에 등장하자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작품 속에서 갈등으로 끝을 맺었던 동양과 서양은, 그렇게 관객의 충분한 사랑에 값하는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서 만났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i: 5000∼12만 원.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대극장.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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