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햇살에 밤이슬에 찔려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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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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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본다/최영철 지음/132쪽·7000원/문학과지성사

‘햇살 꽂힌다/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퍼붓는 화살/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비 온다/저기 산비탈/잔돌 무성한 다랑이논/죽었나 살았나/쿡쿡 찔러본다’(‘찔러본다’에서) 햇살이 강아지만 찌르고 비가 다랑이만 찌를까. 햇살에, 비에 찔려서 시인이 시를 쓴다. 최영철 씨(56)의 새 시집 ‘찔러본다’는 그렇게 자연에 쿡쿡 찔린 시편들로 가득하다. 모래펄을 골고루 다 비추지 못해 미안해하는 저녁해(‘다대포 갯벌’), 민들레 홀씨의 등에 그렁그렁 맺힌 밤이슬(‘봄, 화답’) 등이 그렇다.

그러나 최영철 시인의 시에서 자연은 서정적인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인의 눈은 자연에 속한 것들이 활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다. 잎들이 푸른 근육을 갖추도록 비는 호되게 채찍질을 하고(‘잎들’), 토마토는 몇 날 며칠 삼킨 해를 오물거린다(‘토마토’). 시인이 전하는 자연의 에너지는 자연의 힘이 이렇게 세다는, 오래 잊었던 사실을 깨우쳐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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