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스파클링 와인을 마실 때 드는 몇 가지 궁금증 “왜 얘는 샴페인인데 쟤는 이름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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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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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 기자의 섹시한 와인이 좋다_2탄

[Wine]

▲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기포가 들어있는 와인을 마시다 보면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잔에 따르면 버블이 올라와 비슷한 와인으로 보이는데 이름이 다르다는 거다.

우리에게 친숙한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영어 발음으로 하면 샴페인이다) 지역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샹파뉴가 만드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산한 와인은 샴페인으로 불리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샹파뉴 지역에서 샴페인이란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 샴페인 명칭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는 거다.

그 결과 나라마다 똑같은 발포성 와인을 놓고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미국과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스파클링 와인’, 독일은 ‘젝트’, 스페인에선 ‘카바’, 이탈리아에선 ‘스푸만테’로 이름이 제각각이다.

요즘 이탈리아 와인이 강세다. 특히 무더운 날씨로 인해 발포성 와인 중 하나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가 젊은 여성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탈리아 아스티 지역에서 모스카토 포도 품종을 갖고 만든 와인을 뜻하는 말. 그런데 모스카토 다스티는 스푸만테로 불리지 않는다. ‘프리잔테’라는 또 색다른 용어가 등장한다.

이탈리아에서 나오는 발포성 와인은 스푸만테라고 해놓고서, 프린잔테는 또 뭐라 말인가. 알쏭달쏭할 것 같지만 구분법은 간단하다.

프리잔테는 스푸만테를 기포의 세기에 따라 다시 세분화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다. 프리잔테는 약 발포성 와인이고, 스푸만테는 기포가 강한 와인으로 생각하면 된다.

스푸만테는 정통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생산 방식을 ‘메토도 클라시코’라고 하는데 드라이(스위트의 반대 표현이다)한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라벨만 보고도 달콤한 와인인지 구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믈리에에게 “적당한 걸로 추천해주세요”라고 하는 것보다 친구 또는 애인 앞에서 훨씬 폼 낼 수 있을 텐데. 이럴 때는 세 가지 단어만 기억하자. ‘모스카토 다스티’ ‘브라케토 다퀴’ ‘말바시아’가 그 것. 이 와인을 시키면 달콤한 기대를 절대 배반하지 않는다.

스푸만테 말고 발포성 와인을 뜻하는 용어가 또 있다. 프랑스에서 지역인 샹파뉴가 발포성 와인으로 통용되는 것처럼 이탈리아 아스티 지역은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로 통한다. 따라서 이탈리아 현지에서 레스토랑을 갔을 때 스푸만테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든 발음하기 쉬운 ‘아스티’를 달라고 해라. 레스토랑에선 똑같이 알아듣는다.

▲ 페라리를 디자인한 피닌파리나가 병 제작을 한 ‘간치아 피닌파리나’.(왼)  ‘간치아’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다.(오)
▲ 페라리를 디자인한 피닌파리나가 병 제작을 한 ‘간치아 피닌파리나’.(왼) ‘간치아’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다.(오)

아니면 ‘간치아’를 달라고 해도 된다. 간치아는 농장 이름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곳이기 때문에 발포성 와인의 대명사로 이해된다.

간치아는 재미난 스토리가 많다. 카를로 간치아가 1865년 최초의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간치아 모스카토 상파뉴’를 만든 이후 이탈리아와 유럽 황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1870년 이탈리아 왕 빅토리오 엠마누엘 2세가 왕실에 와인을 공급하라고 명해 ‘로얄 간치아’로 거듭났고, 1924년에는 바티칸 교황 피오 11세 역시 교황청에 간치아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지하 셀러도 유명하다. 길이가 무려 1km에 달해 이탈리아의 오랜 와인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로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 페라리를 디자인한 피닌파리나가 병 제작을 한 ‘간치아 피닌파리나’
▲ 페라리를 디자인한 피닌파리나가 병 제작을 한 ‘간치아 피닌파리나’

슈퍼카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피닌파리나가 간치아와 와인 병 제작을 협업해 2006년 ‘간치아 피닌파리나’를 시장에 내놓은 것도 화제를 모았다. 페라리의 매끈한 몸매를 엿볼 수 있는 보틀은 셀러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

▲ LVMH 상속녀 델핀 아르노 간치아(오른쪽)와 남편인 알렉산드로 간치아.
▲ LVMH 상속녀 델핀 아르노 간치아(오른쪽)와 남편인 알렉산드로 간치아.

하지만 간치아 스토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세계적인 명품 그룹 LVMH(루이 비통 모엣 헤네시)의 장녀이자 포브스 선정 세계 상속녀 2위에 랭크한 델핀 아르노 간치아가 간치아 가문의 후계자 알렉산드로 간치아와 결혼한 사실이다. 한 마디로 명품과 명품의 만남이다. 결혼식 피로연에 간치아의 황금빛 버블이 넘쳐났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으리라.

▲ 다양한 이름처럼 색깔도 제각각인 스파클링 와인
▲ 다양한 이름처럼 색깔도 제각각인 스파클링 와인

스파클링 와인이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닌 것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어떤 와인은 볏짚 색이고, 어떤 건 투명한 골드 컬러에 가깝고, 아니면 분홍 색상을 띄는 것도 있다.

이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 블렌딩하는 품종과 양조 방식 때문이다. 레드 품종과 화이트 품종을 블렌딩할 때 레드 품종의 즙이 착색된 정도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는 캐릭터에 따라 색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스파클링 와인은 마개도 일반 와인과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기포와 이로 인한 병 내부의 압력 때문이다. 기포가 약한 와인은 일반적인 코르크 마개를 쓰지만 기포가 센 와인은 샴페인 마개를 사용한다.
글·이길상 와인전문기자
사진제공·금양인터내셔날, 나라식품

‘섹시한 와인이 좋다’를 연재하는 이길상 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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