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31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빛바랜 우상

  • 동아일보

흑 ○ 송홍석 (한국) 7단 ● 온드레이 실트 (체코) 7단
8라운드 3보(73∼94) 덤 6집 반 각 3시간

백이 우상 패를 따내지 않고 백 ○로 둔 것은 왜일까. 흑이 팻감을 쓰지 않고 76의 곳으로 둬 좌변 백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흑으로선 좌변을 잡으면 우상 패를 져도 남는 장사다.

백 78까지 좌변이 살아갔다. 흑은 여기서 미적거리다가는 우상 패싸움이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흑 79로 패를 해소했다. 백은 대신 88까지 좌상을 두툼하게 부풀렸다. 송홍석 7단은 정밀하게 형세를 살펴본다. 우상에서 패가 난 것은 흑의 실수였지만 형세는 만만찮다. 우상 흑의 잠재력이 백이 여기저기 벌어놓은 실리를 감당하고도 남는다.

그동안 유럽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는 확실히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았지만 지금까지 흑의 진행은 거의 완벽했다. 송 7단은 다시 긴장의 끈을 조였다. 설렁설렁 두다간 망신을 당하는 건 물론 다 잡은 우승컵이 사라질 수도 있다.

흑이 우상을 참고도 1, 3으로 지키면 70집에 가깝다. 우하와 좌변을 합쳐 20집으로 잡으면 모두 90집. 백은 다 합쳐 80집이 약간 넘는다. 덤 6집 반과 허약한 좌변 흑을 공격해 얻을 수 있는 플러스알파를 포함하면 역시 90집가량 된다. 흑의 선택은 참고도 흑 1이 아니라 89로 하변에 벌리는 수였다. 실트 7단은 좌하 흑 한 점을 살리는 후속 수단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백 94가 떨어지자 흑의 우상 세력은 빛이 바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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