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의 거듭된 실패는 한국인에게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개발과 성장의 시대를 거치며 국가 주도 사업에서 자주 ‘성공’을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로켓 개발 과정에서 성공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로켓 개발자들의 꿈과 삶을 담은 ‘로켓, 꿈을 쏘다’(갤리온)를 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규수 연구원(65)은 “로켓 개발은 실패를 먹고 자랐다”고 단언했다.
저자는 1967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 물리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76년부터 30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국방과학기술 연구에 몰두했다. 이 기간에 로켓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 것을 책으로 정리했으며, 오명 건국대 총장(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추천사에 ‘대한민국 최고의 로켓 전문가’라고 쓸 정도로 전문지식을 갖췄다. 2008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퇴직연구원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로켓의 역사에 대한 세미나와 자문 등을 맡고 있다.
탄두를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한 무기로 개발된 로켓은 첫 현대식 로켓인 나치 정권 당시의 V-2 개발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설계 변경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1940년대 초반 로켓 V-2는 첫 시험비행 후 실전배치되는 23개월 동안 6만5000번의 설계 변경을 거쳤고, 현재도 러시아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블라바’ 개발을 수차례의 발사실험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성공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1957년 12월 6일 미국은 세계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 뱅가드를 발사했으나 로켓은 2초간 서서히 떠오르다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발사대에서 폭발하기도 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은 우주 로켓 개발의 원동력이었다. 저자는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린 소련의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코롤료프, 독일에서 V-2를 성공시킨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인류 최초의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를 성공시킨 새턴 V를 개발한 폰 베르너의 삶을 추적해 성공 뒤에 가려진 과학자들의 실패와 이를 극복하는 집념을 그렸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읽으며 우주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뻔한 고비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로켓 개발과 같은 ‘거대과학’에서는 과학지식이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을 조감할 수 있는 능력, 자금을 제공해 줄 정치인과 정부를 설득하는 능력, 함께 일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르너와 코롤료프는 이런 점에서 공통점이 많았다.
저자는 “실패가 있을 때 포기를 하면 그것으로 끝났고, 그것을 극복했을 때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로켓 개발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며 “성공의 기쁨을 함께하는 것 못지않게 실패했을 때 따뜻한 격려를 하는 것도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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