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아프리카]<4>사막 한가운데 빙하의 흔적… 영원의 의미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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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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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 360도로 펼쳐지는 에토샤 팬(pan)의 물 웅덩이에 잠시 멈춘 노매드 투어의 오버랜드 트럭. 에토샤 팬은 빙하로 덮였던 아프리카 대륙이 적도로 이동하며 녹아내린 빙하에 의해 형성된 호수바닥으로 그 물이 증발하는 바람에 이렇게 변했다.
지평선이 360도로 펼쳐지는 에토샤 팬(pan)의 물 웅덩이에 잠시 멈춘 노매드 투어의 오버랜드 트럭. 에토샤 팬은 빙하로 덮였던 아프리카 대륙이 적도로 이동하며 녹아내린 빙하에 의해 형성된 호수바닥으로 그 물이 증발하는 바람에 이렇게 변했다.
나미브 사막은 바다(대서양)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형성했다. 규모에 비해 사람의 접근이 허용된 곳은 몇 곳뿐. 남쪽은 다이아몬드 채굴로 원천 봉쇄됐고 나머지도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 몇 안 되는 예외가 여행 나흘째와 닷새 째, 이틀간 들른 소수스플라이 사구지대(3회)와 이제 막 들르려는 ‘사구와 바다의 만남’, 월비스베이다.

오늘 이야기는 월비스베이부터 사흘간의 에토샤 국립공원 사파리투어를 마칠 때까지 일주일간의 여정을 담는다. 에토샤 국립공원은 7억 년 전 지구에 최초로 등장한 생물이 화석상태로 존재하는 지구생명체 기원의 땅이다.

○ 현대판 오아시스 솔리테어와 남회귀선

소수스플라이를 떠나 북상하던 오버랜드 트럭이 엿새째 밤을 보낸 곳은 솔리테어(Solitaire). 솔리테어를 떠난 트럭은 방향을 월비스베이를 향해 서북쪽으로 잡고 비포장도로 외에는 어떤 인공의 흔적도 없는 황량한 황무지 사막을 뽀얀 먼지 일으키며 외롭게 달렸다. 그러던 중 도로 가에서 커다란 표지판을 발견하고는 섰다. 거기에는 ‘Tropic of Capricorn’(남회귀선)이라고 씌어 있다. 남회귀선은 지구의 10개국을 지나는데 표지판이 모두 다르다.

○ 나미비아에서 만나는 빙하대륙 아프리카

남회귀선을 지나면 쿠이셉 고개를 넘는다. 그런데 이 고개를 넘자 난데없는 지형이 출현한다. 황무지평원은 오간 데 없고 험준한 계곡에 이어 조그만 구릉으로 뒤덮인 땅이 나온다. 이것은 빙하지형이었다. 사막에 웬 빙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47억 살 지구 역사를 캐보면 아프리카도 한때 빙하대륙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곤드와나’ 대륙으로 5억5000만 년쯤 전 일이다.

곤드와나 대륙은 남극과 남미, 아프리카와 호주 등 대륙과 인도로 쪼개지는데 그 과정에서 대륙판이 충돌하게 됐다. 이때 아프리카 대륙이 들어올려지고 그 상태로 떠다니다가 남극점 아래 놓이게 됐다. 빙하는 이때 형성됐다. 그 빙하대륙은 계속된 이동으로 남극점을 벗어났고 적도 아래 현재 위치에 도달하는 도중 모두 녹아 사라졌다. 쿠이셉 고개 아래서 트럭 여행자가 만난 이 기묘한 지형은 바로 그 흔적이다.

○ 사구와 바다의 멋진 만남, 월비스베이


해안선이 긴 나미비아지만 큰 배의 출입이 용이한 깊은 수심의 자연항구는 단 한 곳, 여기 월비스베이뿐이다. 19세기 식민지 개척에 나선 영국과 독일도 눈독을 들였다. 결국 이곳은 영국에, 33km 북쪽의 또 다른 항구 스바코프문트는 독일 손에 들어갔다.

월비스베이는 사구사막과 대서양이 만나는 아주 특별한 지형의 바닷가다. 6만 명이 거주하는 항구도시는 한 면 바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사구사막에 둘러싸였다. 월비스베이의 자연은 아프리카의 순수함 그대로다. 썰물로 드러난 고운 개펄은 지평선까지 펼쳐지고 그곳을 온통 하얀 플라밍고 떼가 뒤덮는다. 또 바다 건너 만 반대편 사주(沙洲)는 수천 마리 물개로 소란스럽다. 그러나 여행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따로 있다. 사구사막에서 즐기는 쿼드 바이크 타기다. 사구사막 깊숙이 들어가 감춰진 사막의 비밀스러운 풍경을 즐기면서 동시에 급경사의 사구사면을 고속으로 달리는 사막드라이빙의 흥분까지도 느낄 수 있어서다. 직접 해보니 사구에서 자동차 운전과 달리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여기서 33km 북방의 스바코프문트는 나미비아가 독일의 식민지였던 19세기 말 독일제국이 개발한 항구. 배로 온 유럽인이 대륙 내부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트랜스나미브 철도(빈트후크∼월비스베이)의 중심 역이었다. 또 우라늄광산으로 부흥한 타운. 이곳엔 독일식 건물이 많다. 이후 지은 건물도 모두 이 양식을 따라 ‘아프리카 속의 독일’ 이미지가 강하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덥지 않은 특별한 기후, 스바코프 강 하구의 사구사막 풍치 덕분에 리조트 타운이 됐다. 트러킹 여행자도 여기서만큼은 텐트와 슬리핑백을 버리고 도미토리(배낭여행자 숙소의 다인용 침실)에서 이틀 밤을 자며 모처럼의 휴식을 즐긴다.

○ 지구생명체 탄생의 현장,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사파리투어


엄마 기린이 새끼 목을 자신의 목으로 휘감는 독특한 스킨십으로 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트러킹 도중
 촬영했다.
엄마 기린이 새끼 목을 자신의 목으로 휘감는 독특한 스킨십으로 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트러킹 도중 촬영했다.
한국, 아니 세상 어디에서고 이런 체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지평선이 360도로 펼쳐진 평원에 홀로 서보는 것이다. 그곳은 에토샤 국립공원의 에토샤 팬(pan·프라이팬처럼 바닥이 살짝 꺼진 형태의 평지)이다.

에토샤 국립공원은 스바코프문트 북쪽 780km. 이런 팬 지형은 빙하 덕분이다. 아프리카대륙이 적도로 이동하자 대륙의 빙하가 모두 녹아내렸다. 그로 인해 거대한 빙하호가 곳곳에 생겨났지만 적도의 태양 아래 증발하며 늪이 됐고 종국엔 늪마저 모두 말라 사막처럼 황무지가 됐다. 그후 비바람에 씻긴 모습이 지금의 에토샤 팬이다.

그 규모는 엄청나다. 남한(9만9293km²)의 40분의 1. 팬 지형의 고저 차는 322m(해발 1037∼1359m). 하지만 그 바닥은 지평선을 이룬 평지여서 고저차를 알아채기는 힘들다. 그저 광대한 평원 모습이다. 오버랜드 트러킹은 이 에토샤 팬 주변의 도로를 따르는데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사파리 투어를 하며 달린다. 팬은 그 자체로 사바나 초원이다. 곳곳에 물구덩이(샘)가 있고 그 물구덩이가 동물의 생명수가 되어서다. 그런 만큼 팬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와 종의 동물이 어울려 산다. 그래서 에토샤 국립공원에서는 2박 3일간 트럭 사파리투어를 즐긴다.

에토샤 국립공원에는 모두 세 곳의 캠프사이트가 있는데 노매드 투어는 오카우쿠에조와 할랄리, 두 곳에서 번갈아 캠핑한다. 사파리 여행자에게는 화두가 하나 있다. 빅파이브(Big Five) 관찰이다. 놓치지 말고 봐야 할 동물 리스트인데 사자와 코뿔소, 표범, 코끼리, 버펄로가 그것. 나는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사자만 빼고 모두 보았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근접촬영까지 하면서.

에토샤 국립공원의 트러킹 사파리는 특별했다. 지프로 길을 벗어나 동물을 찾아다녀야 겨우 볼 수 있는 사설 게임 리저브와는 달리 길을 벗어나지 않고도 많은 동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스프링복(아프리카영양)은 수백 마리가 팬의 평원에서 떼 지어 풀 뜯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검은코뿔소와 표범도 보았다. 자연 상태로 서식하는 동물인 만큼 그들과의 조우 또한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에토샤 국립공원에 들른다면 이 사실 하나만은 꼭 알아두었으면 한다. 이곳이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라는 사실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7억5000만 년 전 바다 수중에서 스펀지 형태를 띤 단세포 생물이었는데 그 화석이 바로 이 에토샤 팬에서 발견됐다. 이 단세포 생물이 현재 생명체의 기원인 만큼 에토샤 팬에서 이뤄지는 사람과 동물의 만남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에토샤 국립공원을 가는 도중에는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힘바 부족 마을과 ‘나미비아의 마테호른’(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을 이룬 알프스산맥의 삼각형 봉우리)이라고 불리는 스피츠코페에서도 캠핑하며 부족민과 만나 이야기하고 부시먼 부족이 1000년 전 바위에 그린 암벽화도 찾아본다.

○ 여행정보

◇오버랜드 트러킹 ▽개요=버스로 개조한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 곳곳을 가이드(운전자)의 안내를 받아 정해진 루트로 여행하는 단체 배낭여행. 숙박 형태에 따라 두 가지(텐트, 로지)로 나뉘며 식사는 동승한 요리사가 직접 만들어 준다.

△노매드 어드벤처 투어=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 본사를 둔 오버랜드 트러킹 전문여행사. 2∼56일 일정의 40여 개 상품을 판매 중. 가격(항공권과 사전투어 제외한 트러킹 투어만)은 2일 일정이 75유로(11만 원), 가장 긴 56일(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남아공 등 8개국)이 2885유로(427만 원·국립공원 입장료 등 추가 지불할 1495달러 추가 시 총 607만 원·5월 31일 환율 기준). www.nomadtours.co.za

△인터아프리카=노매드투어의 오버랜드 트러킹 상품을 판매하는 아프리카 전문여행사. 왕복항공편과 케이프타운 사전투어, 비자 발급 및 현지공항 송영서비스가 포함된 트러킹 패키지를 구성, 9월 말까지 5% 할인(유로화로 제시된 노매드 투어 트러킹 상품만 해당)판매한다. 20일 트러킹의 경우 ‘남부아프리카 27일 완전일주’(369만 원)로 다녀오는데 할인(20만 원) 시 349만 원. 오버랜드 트러킹을 직접 다녀온 두 명의 전문가가 상담해준다. 02-775-7756, www.interafrica.co.kr

나미비아=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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