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감정 악화에 무산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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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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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조계종 총무원 - 봉은사 ‘직영사찰 갈등’ 공개토론회


명진 스님 폭로 계속되자 자승 스님 측 분위기도 격앙
총무원 “그래도 열릴것”… 불교계 “철회는 불자 기만”


‘4월 30일 오후 2시 조계사 옆 불교역사박물관 지하 공연장! 모두 나오시어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의견을 모읍시다.’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서울 강남구 삼성동)가 30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관련 공개 토론회를 갖기로 한 가운데 27일 조계종 총무원 홈페이지에는 토론회에 대한 기대를 담은 불자들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그러나 사전 준비 작업이 부족하고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 토론회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토론회가 열린다 해도 양측이 정확한 의제를 설정하지 않고 이후 대화 일정을 잡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 23일 비공개 토론회 안 열려


양측 간 토론회 개최가 거론된 것은 이달 초부터. 1일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은 “토론회에 합의했으며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제와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명진 스님이 일요법회에서 폭로 발언을 이어가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토론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3일 예정됐던 비공개 토론회가 열리지 않은 점도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25일 만난 봉은사의 한 관계자는 “총무원이 토론회 준비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 토론회 합의 뒤에도 명진 스님의 비난 발언이 계속되자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강경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명진 스님은 18일 일요법회에서도 “봉은사에서 이루고자 한 꿈이 힘들겠구나 싶으면 종단 비리의 배를 가르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토론회가 잘 안 풀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양측이 확실한 해답을 기대하기보다 일단 대화를 풀어가는 단초를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무원 홍보팀은 “토론회는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니만큼 지킬 것”이라면서도 “총무원 내 명진 스님을 징계하자는 등의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불자들 “무산은 있을 수 없는 일”

무산 개연성이 제기되면서 스님과 불자들 사이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양측을 중재한 도법 스님(전북 남원시 실상사 선덕)은 “토론회를 통해 해답을 찾고자 했고 준비했는데 무산은 절대 안 된다. 토론회를 무산시킨다면 사부대중에 대한 기만”이라고 말했다. 총무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토론회 무산을 우려하는 격앙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황진영 씨라고 이름을 밝힌 한 불자는 “일반 불자가 바보로 보이는가? 부처님이 나무통으로 보이는가…토론회를 철회할 경우 나와 내 주변은 절에 시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불교계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용 교수는 “토론회를 연다면 공적인 자리에서 책임 있는 발언을 통해 시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화합하는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재에 앞장선 김동건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는 “토론회가 잘되면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해온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론회에는 총무원 대표로 총무부장 영담 스님 등 3명이, 봉은사 대표로 주지 명진 스님 등 3명이 참가하고 불교단체에서는 도법, 법안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대표), 윤남진 NGO리서치 소장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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