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백, 온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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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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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진석 9단 ● 이창호 9단
본선 8강 4국 9보(157∼179)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를 둘 때 목진석 9단의 심경은 처절했을 것이다. 흑 57로 송곳처럼 찌르는 수가 눈에 뻔히 보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리라. 막상 흑 57이 놓이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프다. 흑 61로 끊는 것도 선수. 좌상 귀 백 집에 대한 끝내기 수단이 생겼다. 흑 63 때 백 64는 정수. 참고도 백 1로 두다간 흑 2로 빅이 난다. 게다가 선수마저 빼앗긴다.

백 70은 생략하기 어렵다. 그냥 놔두면 흑이 먼저 70의 자리에 두어 빅이 난다. 이게 선수 7집짜리 끝내기. 이렇게 큰 곳을 눈 뜨고 당할 순 없다.

흑은 상변에서 흘러나온 백돌을 신랄하게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창호 9단은 공격 본능을 억제한다. 이 돌을 공격하면 대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다 끝난 마당에 굳이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본 것.

목 9단도 이제 운명이 다 됐음을 느낀다. 그는 아예 온몸을 던진다. 백 72, 74는 수를 내려고 한다기보다는 마지막 던질 곳을 찾는 의미가 짙다. 흑도 백의 옥쇄에 맞서 77까지 백 두 점을 잡아 차이를 더욱 늘린다.

흑 79로 모든 분란이 사라졌다. 목 9단은 이후 십여 수를 더 두다가 돌을 던졌다. 이 9단으로선 이번 국수전에서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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