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백, 마음이 풀어지다

  • 동아일보

○ 김형우 4단 ● 주형욱 5단
본선 8강 3국 11보(168∼177) 덤 6집 반 각 3시간

패싸움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흑백 모두 서로 팻감이 떨어진 상태. 흑 69로 치중하고 백 70으로 패를 때린 것이 마지막 결투.

이젠 결말이 눈에 보인다. 흑 71의 팻감을 백이 받는다면? 백은 팻감이 하나도 없다.

백은 패를 이어 우변 대마를 살렸다. 그 대신 흑은 상변 백 6점을 손에 넣었다. 80수 가까이 이어진 우변 전투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 결과의 득실은 어떨까. 흑의 입장에서 보면 웅장했던 우변 흑 진을 내준 대가로 상변에서 새로 집을 만든 셈인데 아무래도 대가가 미흡하다. 원래 흑은 추가로 상변 백의 생사를 추궁해 이득을 더 얻어내야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전보에서 실수로 백에게 빵때림을 주는 바람에 이 백은 거의 살아있다고 본다면 백이 확실히 이득을 봤다.

길고 긴 싸움을 치른 두 기사 모두 지쳤다. 간신히 찾아온 평화. 누가 더 유리한지는 둘째 문제고 앞으로 갈 길이 남았기에 잠시 한숨 돌리고 싶다.

마음이 풀어진 탓이었을까. 흑 75에 무심코 손 따라 둔 백 76이 대실착이었다. 김형우 4단은 손이 돌에서 떨어지는 순간 ‘아차’했을 것이다. 흑 77이 눈에 확 들어오는 급소. 이미 흑 77을 본 주형욱 5단은 지친 몸에 새로운 활력이 솟는 듯 자세를 고쳐 앉는다. 두 대국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72…○.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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