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약탈’ 인정… 반환은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문화연대가 소송 중인 외규장각 도서 운명은?

1993년 9월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오른쪽)에게 외규장각 도서 중 한 권을 건네고 있다. 프랑스는 이것 외에 외규장각 약탈 도서를 반환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93년 9월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오른쪽)에게 외규장각 도서 중 한 권을 건네고 있다. 프랑스는 이것 외에 외규장각 약탈 도서를 반환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문화운동단체인 문화연대가 프랑스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소송에서 정부 대변인이 처음으로 해당 유물 취득 과정에서 ‘약탈(pillage)’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이 소송을 대리하는 김중호 변호사가 전했다.

이를 계기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문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외규장각은 국가 서적을 안전하게 관리할 목적으로 1782년 인천 강화도에 세운 도서관으로, 병인양요 때 유물이 대부분 불타고 의궤(儀軌·왕실이나 국가의 행사를 기록한 책) 297권 등은 프랑스 군대가 본국으로 가져갔다.

파리에 있는 김 변호사는 11일 통화에서 “파리 행정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프랑스 정부 대변인이 국유재산을 취득하는 방법은 기증, 구매, 약탈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뜻에서 ‘약탈’을 언급했다”며 “이는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의 소유 경위에 대해 처음 밝힌 것으로 유물을 약탈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연대는 이번 소송에서 △프랑스가 약탈한 장물을 국유재산으로 편입한 것은 잘못이며 △약탈한 유물을 프랑스혁명 이후 집권층에 상납한 절차 등이 국제 관례상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의 행정소송은 대개 서류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4일 열린 심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김 변호사는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다른 나라가 제기한 약탈 유물 반환에 관한 소송은 전례가 없다”며 “몇 달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텐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993년 터키가 소송을 통해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유물 360여 점을 돌려받은 전례가 있다”며 “만약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국민모금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고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중 외교통상부 유럽국장은 “1993년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방한 이후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과 관계없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등가의 다른 문화재를 프랑스에 맡기고 외규장각 도서를 받는 ‘상호 대여’ 방식은 포기했으며 ‘장기 임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의궤 한 권을 대한민국 정부에 돌려주면서 반환 대신 상호 대여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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