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내면 울리는 격정의 목소리… 단조로운 지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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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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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트리지 협연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협연자 ★★★★★ 지휘 ★★ 악단 ★★★★

4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 섬세한 표현과 풍부한 성량으로 헨델의 아리아를 탁월하게 해석했다. 사진 제공 KBS교향악단
4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 섬세한 표현과 풍부한 성량으로 헨델의 아리아를 탁월하게 해석했다. 사진 제공 KBS교향악단
영국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는 2004, 2008년 슈베르트 가곡 해석의 권위자로 한국 청중을 찾아왔다. 4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을 찾은 청중은 보스트리지를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해석의 권위자로 다시 만났다. 미국 지휘자 마이클 실이 이끄는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그의 음성은 온화하고 이지적이었지만 음량은 풍성했고 객석 끝에서도 가사의 세밀한 표현까지 놓침 없이 잘 들렸다.

‘메시아’ 중 ‘내 백성을 위로하라’에서 그는 ‘너의 신(your god)’ ‘예루살렘에(in Jerusalem)’에 포르테의 단호한 강세를 삽입했다. 온화함 속의 강렬한 선지자상이 드러나는 신선한 해석이었다. 오페라 ‘아리오단테’의 아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너의 죄로다 배신자여(tua culpa, traditor!)’ ‘아, 죽음(o, morte)’ 같은 격정의 부분에 돌연한 포르테를 삽입했다. 바로크음악이 틀에 박힌 듯 보이는 전형(典型)의 외피 속에 내밀한 낭만성과 주관성을 확보한다면 그의 해석은 후자에 방점이 찍혔고 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아리오단테 서곡을 연주한 KBS교향악단은 정묘한 앙상블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트리오 부분에서 오보에와 파곳의 대화가 한껏 정밀했다.

콘서트 후반부에 연주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는 실망스러웠다. 지휘자 실은 빠른 템포로 전곡을 이끌면서 악절마다 적절한 기복과 강세를 입히지 않았고 특히 1악장은 건조한 나머지 산만하게까지 들렸다. 팀파니 앞에는 투명 아크릴판을 부착해 소리가 정면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았으나 어떤 효과를 노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1층 뒤편 객석의 경우 특정 음역의 주파수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소리가 늦게 도착하는 듯한 시간차 효과까지 느껴졌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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