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병순號’ 다시 한번?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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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사장 임기 내달 23일 끝나
이사회 후보추천 절차 돌입

“대안없다” “직원76% 불신임”
연임-낙마론 팽팽히 맞서

이병순 KBS 사장(사진)의 임기가 다음 달 23일 끝남에 따라 차기 사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S이사회는 23일 회의를 열어 사장 공모 절차를 정하고 26일부터 2주간 공모를 받은 뒤 다음 달 20일경 사장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기 사장의 향배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이 사장의 연임 여부로 꼽힌다. 이 사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선 사표를 내고 공모에 참가해야 한다. 이 사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뛰는 인사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연임설=KBS는 14일 올 3분기까지 261억 원의 사업이익 흑자를 냈으며 사업경비 411억 원과 인건비 106억 등 모두 657억 원을 절감한 결과라고 밝혔다. 여기에 부동산 매각 대금 등을 포함하면 흑자는 572억 원으로 늘어난다. 차입금도 지난해 말 1644억 원에서 874억 원으로 줄였다.

이 사장은 지난해 765억 원의 적자를 올해 대규모 흑자로 반전시킨 것이 지속적 경영합리화의 산물임을 강조하며 연임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이 사장 측은 현재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도 흑자를 내지 않았다면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KBS 사장을 대통령에게 임명추천하는 KBS이사회. 26일부터 2주간 공모 절차를 거친 뒤 다음 달 20일경 추천 후보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KBS
KBS 사장을 대통령에게 임명추천하는 KBS이사회. 26일부터 2주간 공모 절차를 거친 뒤 다음 달 20일경 추천 후보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KBS

대안부재론도 연임설의 또다른 배경이다. 이 사장 재임 중 큰 잘못이 없고 KBS 출신 인사 가운데서 사장감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혼란을 빚는 것보다 현 체제를 유지해 KBS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낙마설=KBS 노조는 5∼9일 이 사장의 신임 여부와 이유 등을 묻는 사내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는 직원 82%가 참여해 역대 최고 참여율을 기록했으며 그중 76% 이상이 불신임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 결과를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노조 내에서 그동안 이 사장 연임에 대해 찬반론이 엇갈렸으나 조사 결과처럼 연임 불가 쪽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2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방침을 세운다.

사내에서 이 사장의 입지가 최근 좁아졌다는 얘기들도 흘러나온다. 이 사장은 9월 초 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본부장 전원의 사표를 받은 뒤 기술직 출신 신임 부사장에 대한 임명동의를 이사회에 제출했으나 이사회가 “임기가 두 달 남은 사장이 대규모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결시켜 타격을 입었다.

최근 ‘스타골든벨’의 MC였던 김제동 씨의 교체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 수도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 부담스럽다. 내부에서도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회사 흑자와 관련해서도 무리한 긴축의 결과이며 디지털 전환 비용 투자를 유보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KBS 전직 간부는 “제작비 절감도 좋지만 공영방송이 해야 할 프로그램 예산도 삭감하면 ‘도자기’ ‘차마고도’ 같은 프로그램 등이 나오기 힘들다”며 “경영합리화도 공영방송으로서 적절성을 따져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후보군=이 사장이 낙마할 경우를 대비해 KBS 안팎에서 여러 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회 위원, 권혁부 전 KBS 이사, 홍성규 전 KBS 보도국장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대안 부재론의 연장선상에서 경영전문가 같은 외부 인사 영입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부 출신 사장을 원하는 KBS 구성원들의 정서를 누그러뜨릴 만한 참신한 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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