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아직 멀었죠, 반경 1m내 행복찾기엔…”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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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기타리스트 이병우 10일 콘서트
“해운대-마더 삽입곡 주메뉴
5집 이전 곡 많이 들려줄것”

“하루하루 내가 무얼 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거의 엇비슷한 의식주로 나는 만족하더군….”

기타리스트 이병우(44)가 20년 전 베이시스트 조동익과 함께 발표한 ‘어떤 날’ 2집 타이틀곡 ‘출발’의 첫 소절이다. 하지만 이병우는 데뷔 이후 한 번도 ‘엇비슷한 의식주’에 머문 적이 없다. 유희열 김현철 등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친 ‘어떤 날’이 해체된 뒤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한 클래식 기타 연주자로, ‘해운대’ ‘괴물’ ‘왕의 남자’ 등 흥행작들을 인상적인 선율로 장식한 영화음악 작곡가로 끝없이 변신해 왔다.

1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여는 이병우를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는 노래도 들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20대를 넘긴 뒤로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엄두가 안 난다”며 웃었다.

“이것저것 변화가 많았던 것 같지만 일상이나 생각은 중학교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어렸을 때 제프 벡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품었던 음악에 대한 꿈이 지금의 꿈과 같습니다.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장르가 모호하다’는 평가도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클래식이든 크로스오버든 모두 ‘내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전부일 수 없거든요.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모두를 버리는 건 제 삶의 방식이 아닙니다.”

올해 개봉한 ‘해운대’와 ‘마더’에 삽입한 음악이 이번 콘서트의 메뉴다. 2003년 냈던 기타 솔로 5집 ‘흡수’ 이전의 곡들도 풍성하게 들려줄 예정이다. ‘영화음악가 이병우’의 종횡무진을 지켜보면서도 ‘기타리스트 이병우’를 그리워한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음악으로 사랑받는 게 고맙지만 솔직히 의아하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다 보니 ‘에이, 이 부분은 이렇게 가야 했는데’ 하고 혼자 속 끓일 때가 많거든요. 한 영화 끝나면 또 다른 영화가 정신없이 이어지니 별로 즐기질 못합니다. ‘어떤 영화음악 좋았다’는 얘길 들으면 ‘고맙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으아, 그 부분 정말 이상했는데’ 하고 아픔만 되새겨요. 거의 병이죠.”(웃음)

‘큰 숙제 마치는 기분’으로 발표했던 앨범 ‘흡수’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지만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시장 반응이 서운해서 솔로 활동을 멈춘 것 아니냐’고 묻자 이병우는 “대중은 항상 최고의 비평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술적 성취에 몰두하느라 듣는 이들이 음악에서 얻고자 하는 것에 소홀했죠. 소수의 기타 마니아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건 마음의 위안과 행복이잖아요. 테크닉의 발전을 보여주며 듣는 이의 마음도 어루만질 수 있다면 달인의 경지겠지만 저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겸손한 달인’ 이병우에게 너무 좁은 것은 아닐까. 그는 다시 손사래를 치며 배시시 웃었다.

“지금 반경 1m 안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세계 어디를 가든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기타를 손에 들고 좌충우돌하면서 눈앞의 파도를 허덕허덕 넘어가고 있을 뿐이에요.”

▶dongA.com에 동영상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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