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아침공부 ‘역사모’ 아십니까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27일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의 ‘이승만과 대한민국 건국’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고 있다. 이 모임은 2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 조찬 공부 모임을 9년째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27일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의 ‘이승만과 대한민국 건국’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고 있다. 이 모임은 2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 조찬 공부 모임을 9년째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전직관료-CEO- 대학총장 등 각계 지도자 조찬 강연회
“옛 선비들의 덕망있는 행동 배우며 도덕적 의무감 느껴”

“조선 정조 때 수원 화성(華城)을 만든 선조들은 설계도뿐만 아니라 공사 예산, 재료의 출처와 용도, 동원된 인력의 인적사항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건물별로 들어간 못의 규격과 수량 단가까지 기록으로 남긴 치밀함을 역사연구모임을 통해 알게 됐을 때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더군요.”(유광열 해강도자미술관장)

경기 이천시 해강도자미술관의 유광열 관장은 27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서울로 향했다. 그가 새벽부터 서둘러 도착한 곳은 서울 중구 명동의 은행연합회관 16층. 비가 오락가락하는 불편한 날씨였지만 각계 인사 30여 명이 모였다. 9년째 조찬모임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역사모)’이다.

7시 반에 시작된 이날 강연은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의 ‘우남 이승만과 대한민국 건국’이었다. 9시까지 진행된 강연은 진지했다. 역사연구 모임이라는 면모는 강연이 끝나자 드러났다. 질문뿐만 아니라 의견, 보충사항 등 참석자들의 발언이 적극적으로 이어졌다.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은 “1987년 공산국가였던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헝가리 측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높게 평가했다”는 일화를 회원들과 공유했다.

역사모에는 전직 고위 관료가 많다.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현 한국학진흥원장), 안병엽 전 정보통신부 장관, 안병우 전 국무조정실장, 오재희 전 주일대사 등이 회원이다. 이는 2001년 역사모가 만들어진 계기와 관련이 깊다.

이성무 역사모 회장은 “2001년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왜곡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교육부와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정부 대책반이 꾸려져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실무간사로 참여했는데 관료들의 역사의식이 뚜렷하지 못한 것을 보고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과는 경제적으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역사 문제로 너무 큰 갈등을 일으키지 말자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이 회장은 회상했다.

같은 해 6월 이 회장이 경기 정부과천청사의 차관급 인사들을 모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조찬강연을 한 것이 역사모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김용구 전 대우정밀 사장,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등 재계와 학계,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의 1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각 분야에서 쌓은 회원들의 다양한 경험이 서로에게 제대로 역사를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역사모는 순수 역사공부 모임을 지향한다. 이런 이유로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만 회원으로 받는다. 모임의 중요한 축은 조찬 강연과 봄 가을 답사여행. 기획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고혜령 전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은 “봄 가을 답사 때에는 관련 분야 역사전문가를 모셔 현장에서 생생한 역사를 듣는다”고 소개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것이 역사모 회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현대사회에 부족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조선시대 지방 선비들의 덕망 있는 행동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역사공부를 통해 이 시대의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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