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음에 최대한 가깝게” 음장기술 브랜드 경쟁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음장(Sound Field)’ 기술로 소비자들의 귀를 잡아라! 국내 휴대용 전지기기 제조업체인 ‘코원’은 지난주 ‘제트이펙트 3.0’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제트이펙트는 코원이 자체 개발한 ‘음장’ 프로그램으로, 2000년 MP3플레이어 등 하드웨어 제조를 시작하면서부터 개발해 이번에 브랜드를 붙인 것.》

음장은 음(音)이 존재하는 영역으로, MP3플레이어 등 디지털 기기에서 음원을 재생할 때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잡아주는 기술을 말한다. 코원의 박남규 사장은 “미국 음장 솔루션업체 ‘BBE사운드’와 기술 제휴를 하고 음장 개발 부서를 따로 두는 등 소리 기술에 신경을 써왔다”고 말했다.

○ 브랜드가 된 음장 기술

최근 MP3플레이어 같은 휴대용 디지털기기에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소리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브랜드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니는 최근 ‘워크맨’ 브랜드 30주년을 기념해 야심작 MP3플레이어 ‘X’시리즈를 내놨다. 하지만 워크맨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음장 브랜드 ‘S-마스터’였다. 이는 하이파이 앰프, 홈시어터 등 오디오에 있던 고음질 기술로, 이를 소니가 휴대용 MP3플레이어에 넣은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소리 기술의 브랜드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2005년. 삼성전자가 ‘DNSe(Digital Natural Sound engine)’라는 자체 음장 기술을 개발해 MP3플레이어 ‘옙 T8’에 적용하면서부터였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팟이 고유 음장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음장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자 했다. 음장 개발팀을 따로 두는 것은 기본이고, 무향실(음향의 반향이 없는 음악실)을 만들어 실험을 하는 등 음장 소프트웨어 개발에 남다른 신경을 써왔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밸류프로덕트서비스(VPS) 개발그룹 최철민 책임연구원은 “음장 기술은 수준에 따른 질적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추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치열한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차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디자인, UI, 그 다음은 음장 전쟁

음장 전문회사와 기술 제휴를 하거나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움직임도 치열하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의 대표 음장기술 제조회사 중 하나인 ‘돌비’와 기술제휴를 하고 ‘아레나’폰에 이 음장을 적용했다. MP3플레이어 못지않게 휴대전화에도 현장감을 높이려는 것이 LG전자의 의도였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 박기우 선임연구원은 “자체 음장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목표”라며 “2년 전부터 미국 출신 음향 전문가 마크 레빈슨 씨와 함께 음장 연구를 해왔다”고 했다. 모토로라도 최근 ‘SRS랩스’라는 음장 회사의 음장 기술을 적용한 ‘로커(ROKR)’폰을 국내에 처음 내놨다.

이런 추세는 포화상태가 된 휴대용 디지털기기 시장에 새로운 기술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SRS랩스코리아 염희웅 팀장은 “이제 디자인, 사용자환경(UI)만으로는 현명한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며 “음장 기술의 브랜드화는 결국 신뢰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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