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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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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보다 수명이 짧은 조선시대 사람이 68년 동안 일기를 썼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일기의 주인공은 경상도 선산에서 태어나 평안북도 삭주에서 부사를 지낸 무관 노상추(1746∼1829)다. 그는 17세 때 일기를 쓰기 시작해 84세에 생을 마감하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썼다.
그의 일기는 3∼5대에 이르렀던 가족 구성원과 친족, 이웃과 하인에 대한 이야기 및 당시 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느 날 일기에서 그는 ‘형님 아들인 용엽이 아픈데 내 밤새 잠을 못 이루고 있으니…’라고 기록했다. 조카의 아픔을 친자식의 아픔처럼 여기는 당시 대가족 구성원 사이의 끈끈한 정이 잘 드러난다.
일기에 등장하는 노상추의 자녀 12명 가운데 족보에 등재된 것은 4명이다. 3분의 2에 해당하는 존재가 흔적을 남기지 못한 삶을 산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을 지낸 저자는 일기라는 내밀한 기록이 있어 비교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노비 점발이 도망한 1767년 2월 14일 노상추는 일기에 ‘그의 죄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썼다. 6개월 뒤 점발을 찾아내 벌을 준 뒤 그는 점발이를 ‘죽을 만큼’ 때렸다고 기록했다. 당시 엄격한 신분사회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일기에는 당시의 혼인, 출산, 과거 응시, 가계 운영, 물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그가 남긴 일기는 자신과 가족의 역사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의 조선에서 살다간 많은 익명의 화자를 대변하는 역사이다”라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