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의 유물’ 지상파 독과점 구조 29년 만에 허물어져

입력 2009-07-23 07:58수정 2009-09-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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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시장점유율 2007년 기준 81% 달해
‘1공영 多민영’ 전망… MBC, 민영-공영 선택 기로

■ 미디어법 통과 의미와 전망

22일 미디어관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980년 신군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시도한 언론 통폐합 이후 공고해져 온 KBS MBC SBS 등 지상파의 독과점 체제가 29년 만에 깨지게 됐다. 신문과 기업 등 경쟁력을 갖춘 신규 사업자들이 케이블 등을 통해 방송시장에 진출하면서 지상파들은 칸막이 효과로 인한 독과점적 지위를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지상파 3사의 시장점유율 81.1%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2월 ‘방송 소유 규제완화와 여론 독과점’이라는 연구자료를 통해 방송 3사의 2007년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을 44개 지상파 사업자 중 81.1%로 분석하기도 했다. ‘1개사 50% 이상, 상위 3개사의 합계 75% 이상’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기준에 저촉되는 셈이다.

지상파 3사는 방송 보도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TV를 켜놓은 가구 가운데 특정 채널을 보는 가구 비율을 따지는 시청점유율을 보면 지상파 3사는 70∼80%에 이른다(TNS미디어코리아 조사). TV를 켠 4가구 가운데 3가구가량이 지상파를 보는 것이다. 방송 3사 메인 뉴스의 총합시청률도 30%를 웃돈다.

언론재단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08 언론수용자 인식 조사에서도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은 신문, 방송, 인터넷을 포함한 전체 여론시장에서 57%를 차지했다. 인터넷 포털이 21.4%였고, 동아 조선 등 메이저 신문사의 합은 8.2%였다. 아울러 사회적 현안에 대해 KBS는 ‘미디어비평’ ‘시사 360’, MBC는 ‘PD수첩’ ‘뉴스 후’ ‘시사매거진 2580’, SBS는 ‘뉴스 추적’ 등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야토론(KBS) 100분토론(MBC) 시사토론(SBS) 등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여론 형성에 한몫하기도 한다.

○ 글로벌 경쟁력 강화해야

방송통신위원회가 11월경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을 1, 2개씩 새로 허가할 예정이다. 종합편성과 보도채널은 각 가정에 방송을 송출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전국 1670여만 가구 가운데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통해 TV를 보는 가구가 1500여만 가구(89.8%)인 것을 감안하면 종편과 보도채널이 지상파와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 유의선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자본 유입, 매체 간 겸영 등이 원활해지면서 결국 경쟁력 있는 매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이나 기획사들도 지상파 3사의 독과점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통 경로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반기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 제작사들은 프로그램 공급을 지상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방송에 드라마를 내보내는 대신 저작권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해 왔다.

○ KBS는 명실상부한 공영방송 돼야

KBS는 방송가에서 오래전부터 촉구해온 ‘1공영 다민영’ 체제에 따라 지상파 독과점에 머물지 않고 명실상부한 공영 채널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4일 “KBS와 관련해 가칭 방송공사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공사법은 공영방송인 KBS와 EBS 등을 합쳐 국가 기간방송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민영방송사들은 콘텐츠와 산업적 경쟁력 강화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현재 KBS의 수입 가운데 60% 정도인 광고 수입 비중을 20%로 줄이고, 나머지 80%는 수신료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광고 의존 비율이 줄어들면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결국 공공성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주식의 70%, 정수장학회가 30%를 갖고 있어 소유 구조상 공영 형태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로 충당해 민영방송사 형태로 운영돼 왔다. MBC는 당장 큰 변화를 맞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부 의견을 수렴해 공영과 민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관열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C는 공영인 소유구조와 달리 수십 년간 상업 방송을 해왔다”면서 “결국 민영화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그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국민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다른 한 교수는 MBC 노조의 연이은 파업에 빗대 “그렇게 시끄러운 종업원이 많은 기업에 투자하려는 대기업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영 방송으로 시작해 일찍부터 상업 방송의 길을 걸어왔던 SBS는 재편이 예상되는 방송 광고시장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구독률과 시청점유율:

구독률=전체 가구 수에서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 비율인 가구 점유율을 말한다. 구독률은 돈을 내고 정기 구독하는 사람 수를 의미하며, 열독률이란 구독은 하지 않아도 신문을 읽은 사람의 수를 뜻한다.

시청점유율=TV를 시청하는 가구 중 특정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가구의 비율. 한 방송사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인다. TV를 보든 보지 않든 TV 수상기를 보유한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시청률과는 다른 개념이다. 현 방송 시장에서 KBS 등 지상파 3사의 시청점유율은 80%에 이른다.

▼ “돌파” “저지” 전쟁터 국회 재연…개의 37분만에 “통과 통과” ▼

b>한나라 의총서 “협상종료”
오전 9시15분 의장석 확보
보좌진 등 뒤엉켜 부상 속출
질서유지권 발동해 법안 처리

미디어관계법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데 걸린 시간은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직권 상정 후 37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여야의 거친 몸싸움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 한나라당 협상 종료 선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10분경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의원총회가 열린 지 1분 만이었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 100여 명은 본회의장으로 속속 입장해 의장석을 에워쌌다. 신성범 원내 대변인은 “의장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 10명 안팎이 본회의장에 있었지만 수적 열세로 고함만 지르다 밀려났다.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던 민주당은 당황했다. 이강래 원내대표 등은 회의를 중단하고 본회의장을 둘러본 뒤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자리에 없었다.

○ 민주당의 본회의장 출입구 봉쇄

이 원내대표는 대책회의에서 정세균 대표와 함께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선 최고위원 등은 “민주당 의원 84명의 시신을 밟고 들어가지 않으면 직권상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보좌관들은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당 대표실 쪽 창문을 뜯고 국회 본청에 진입했다. 민주당 의원 30여 명과 보좌진 70여 명은 본회의장 출입구 6곳을 막고 농성을 시작했다. 한나라당 보좌진도 출입이 통제된 본청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 직권상정 선언

오전 10시 45분. 김형오 국회의장은 김양수 비서실장을 통해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선언했다. 하지만 본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은 의결 정족수를 밑도는 120여 명에 불과했다. 국회법상 본회의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재적 의원(294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본회의장 밖으로 “상임위별로 체크해!” 등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이 본회의장 앞 출입구에 탁자, 의자 등으로 장애물을 만들고 출입을 봉쇄하는 바람에 본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포위를 당한 모양새가 됐다.

○ 몸싸움 시작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김 의장의 직권상정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낭독하자마자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 몇몇이 본회의장 출입구 쪽으로 몰리면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던 양측은 본격적으로 엉켜 붙었다. “한나라당이 잘하는 게 뭐야” “그럼 민주당이 잘하는 게 뭔데” 등의 고함이 오갔다. 장애인인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민주당 의원과 보좌관을 향해 전동 휠체어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쓰러져 이송됐고,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손등뼈가 부러졌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팔이 골절됐다. 김 의장은 본회의장 앞까지 왔다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막혀 돌아갔다.

○ 이윤성 부의장 본회의장 진입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보좌관들의 집중 공략으로 본회의장 오른편 보조출입구 문이 뜯겨 나갔다. 이윤성 부의장과 의원 30여 명이 순식간에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성원이 되자 오후 3시 34분 이 부의장은 의사봉을 잡고 개회를 선언했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날치기 중단’ ‘한나라당 해체’ 등의 고함을 지르며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부의장은 오후 3시 38분 3건의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4건을 일괄 상정했다. 이 부의장은 “장내가 소란해 심사보고, 경과보고는 회의 자료로 대체하고 질의와 토론도 실시하지 않겠다”며 표결을 선언했다.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등 자유선진당 의원 15명은 김 의장의 직권상정 방침 발표 이후 표결 참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했으나 입구를 봉쇄한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다.

○ 방송법 재투표

미디어법 중 두 번째로 이뤄진 방송법 표결 때 재적 과반수 요건을 지키지 못한 상황인데도 이 부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자 야당 의원들은 “부결됐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 부의장은 국회 의사국으로부터 쪽지를 넘겨받은 뒤 “표결이 성립되지 않아 재투표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무효라고 외쳤지만 이 부의장은 재투표 후 “통과됐음을 선포합니다”라며 의사봉을 세 번 내리쳤다. 이어 4월에 부결된 금융지주회사법까지 통과시킨 뒤 산회를 선포한 시간은 오후 4시 16분이었다. 산회 직후 로텐더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대표는 “패한 것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장외투쟁의 전의를 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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