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은 꽃의 시인”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겨울의 사랑’ 육필원고. 사진 제공 민음사
‘겨울의 사랑’ 육필원고. 사진 제공 민음사
‘육필시고 전집’ 엮은 이영준 연구원 “179편 중 ‘꽃’ 127회 가장 많이 써”

‘늬가 준 요ㅅ보의 꽃잎사귀 우에서 잠을 자고/늬가 준 수건으로는/아침에 얼굴을 씻고/(…)이만하면 나는 너의/애정으로 목욕을 할 수/있는 행복한 사람이다(…)늬기 너의 애무/대신 준 흰 속옷/(…)따뜻한 사랑이였다/발악하는 사랑이였다’(겨울의 사랑)

김수영 시인(사진)의 미발표 시 ‘겨울의 사랑’이 나왔다. 이 시는 김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씨(82)가 보관해왔으며, 1일 나온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민음사)에 실렸다.

‘겨울의 사랑’은 1954년경 쓴 사랑시다. 전집을 엮은 이영준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이 부인과 별거하던 중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만났던 간호원을 서울에서 재회하며 쓴 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실 비판이나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을 남긴 시인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이다.

이 연구원은 김수영 시인은 ‘꽃의 시인’이라고 말했다. 모두 179편의 시에서 ‘꽃’이라는 단어가 127회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이 연구원은 “김 시인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10개’라는 산문에서 ‘60년대 후반 민족주의는 미국과 소련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썼다”며 “김수영의 시는 한국어의 잠재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쓴 작품이므로 그의 작품을 이념이나 정치적 시각으로만 독해하는 건 좁은 관점”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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