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대입준비때 연습한 곡으로 사고쳤어요”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국립창극단 사상 인턴으론 첫 주연 서진실 씨

“아비 위해 몸 던진 심청, 나라면 못할것 같아”

9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창극 ‘청(淸)’의 주인공 심청 역을 맡은 서진실 씨(23·사진)는 국립창극단의 인턴단원인데도 이번에 주역으로 발탁됐다. 인턴이 창극 주연을 맡은 것은 1962년 창극단 창립 이후 처음이다. 판소리 ‘심청가’를 창극으로 만든 이 작품은 2006년 초연 이후 매년 공연됐으며 모두 5만2000여 명이 봤다.

“오디션 참가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영대 예술감독이 소리 한번 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심청가 중에서 심청이 밥 빌러 가는 대목을 했죠. 대입 준비할 때부터 연습해 몸에 새겨진 곡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랬더니 ‘청’의 대본을 주면서 심청을 맡으래요.(웃음) 당연히 언더(예비배우)인 줄 알았죠.”

올해 2월 중앙대 음악극과를 졸업한 뒤 창극단 인턴단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선배인 김지숙 박애리 씨와 번갈아 무대에 선다. 유 감독은 “기량도 나이에 맞지 않게 탁월했고 슬프면서 강인한 이미지가 심청과 닮았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 출신인 서 씨는 국악 가족이다. 아버지는 목포시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가르치고 오빠는 대학에서 아쟁을 전공하고 있다. 대학에서 판소리와 가야금을 함께 전공한 서 씨는 창극 ‘남원연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씻김굿’, 창작뮤지컬 ‘오케바리’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 갈 곳이 없었다.

“남들은 극단 꾸려서 공연 스케줄도 잡고 대학원 진학도 하는데 전 계획이 없었어요. 다 접고 목포로 내려오라는 아버지와 사이도 나빠지고…. 인턴단원을 지원한 건 서울에서 더 버티겠다는 오기 때문이었죠.”

서 씨는 이번 무대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낯설기는 하지만 적어도 대사를 잊지는 않을 것 같다”며 “굿 뮤지컬 연등행사 등 안 서본 무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극중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파는 심청을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좀 엉뚱했다.

“청이는 다 좋은데요. 저라면 아비를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못할 것 같아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인데…. 승상 부인이 심청을 수양딸로 삼고 싶다고 했으니 그분에게 공양미 300석을 꾸면 됐을 것을….”

7, 8일 오후 7시 반, 9일 오후 4시. 2만∼7만 원. 02-2280-4115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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