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명화 여행] 가수 이상은이 본 ‘아담과 이브’

  • 입력 2009년 3월 31일 07시 14분


가수 이상은(39)이 클림트 전을 관람했다.

음악 활동과 함께 최근 독일, 스페인에 이어 영국 여행 에세이를 완성한 이상은은 평소 그림 그리는 것 또한 취미다.

이상은이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감상 방법은 바로 작가와의 대화다.

“그냥 보지 말고 ‘클림트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그림을 보고 질문을 주고받게 되면, 그의 힘이 느껴져요. 현대인들은 돈과 성적인 쾌락 등에 빠져도 질문하지 않고 살잖아요. 클림트는 계속 질문하고 있거든요.”

이상은은 작가에게 정작 어떤 물음을 얻었을까?

죄, 죽음, 아름다움, 성의 문제 등 소재는 끊이지 않았다.

그림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문제를 파악했다. 정답은 없었지만, 그 답을 얻는 과정을 기꺼이 즐기게 됐다. 이상은은 클림트 전을 본 이후 그림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긍정적’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도 금은보화를 캐내려는 모습이 위로가 됐어요. 아름다움이 힘이 되는 게, 마음도 아프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싶었어요. 클림트는 여자면 여자, 자본이면 자본… 자신이 처한 상황과 고민을 그림으로 뚫고 지나갔어요.”

이상은은 특히 2층 전시장에 있는 ‘아담과 이브’를 보고 이브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이브는 클림트가 팜파탈의 모델로 고른 인물이다.

이상은은 아담과 함께 있는 이브가 죄인의 표정보다 매력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에서 인간의 죄와 구원, 용서 같은 주제들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아담과 이브’는 아담의 무력한 표정과 달리 이브의 도도한 표정이 두드러진다. 이브의 다리 뒤에 있는 표범 가죽은 에로스를 상징하고, 이브의 발을 덮은 아네모네 꽃은 다산을 상징한다.

최초의 팜 파탈이라는 이브는 매우 매혹적으로 표현됐다.

“클림트는 ‘착한 옴 파탈’ 같아요. 우리가 갖고 있는 에로티시즘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두렵고… 그걸 한 인간으로서 겪어봤고 ‘넌 어떻게 살아갈래?’ 묻고 있어요.

클림트는 여성과 인간관계를 맺을 때 폐쇄성이 있었는지, 아이들은 있는데 결혼은 하지 않았죠. 그와 함께 한 여자들이 불행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이상은은 한국에서 부드러운 전시만 보다가 이번 ‘2009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전시’ 이후로는 충격적인 전시회가 많아질 거란 기대도 하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특히 이상은은 클림트가 생전에 인기가 있던 작가인지라 그와 반대되는 고흐가 유난히 떠올랐다고 했다. 암스테르담에서 고흐의 전시를 보고 감명을 받아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그는 “고흐의 그림을 봤을 때는 삶과 죽음의 경지를 초월한 천국에 가 있는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클림트는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답을 구한 사람이라 현실에 살고 있는 천재를 만난 것 같았다. 그림을 보는 동안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았고 오랫동안 진지한 고민을 하며 여운이 오래갔다”고 말했다.

가수 이상은은?

글, 그림, 여행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자신의 창조력을 발휘하는 가수. 보헤미안의 영혼으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이상은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좋아하며 지금까지 13장의 앨범을 통해 여성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Art&Play’, ‘삶은 여행’,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등의 책을 썼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은 5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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