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황성옛터’ 의외로 어울려요”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5집 음반 낸 재즈가수 말로

‘신들린 스캣(Scat·의미 없는 음절에 리듬을 붙인 것)의 향연.’

재즈 가수 말로(사진). 미국 버클리 음대를 마치고 1996년 귀국해 최근 ‘디스 모먼트’까지 5장의 정규앨범 발표. 재즈계에서는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라고 불리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에게 낯설다. 하지만 한 곡이라도 노래를 듣고 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거칠 것 없는 파워와 기교가 놀라움 그 이상이다.

그는 19일 인터뷰에서 5집을 “평소 클럽 등에서 즐겨 부르던 곡을 모은 스탠더드 재즈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가장 자연스러운 앨범이라 생각해요. ‘데블 메이 케어’ ‘블루스 인 더 나이트’ 등 오랫동안 부르고 불러 공력이 실린 곡이라고나 할까. 3, 4집은 저로서도 실험적이었거든요. 이번 앨범에 즉흥적으로 부르는 스캣이 많은 것도 실제 재즈 공연에서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죠.”

말로가 실험적이라고 했지만 3집 ‘벚꽃지다’(2003년)와 4집 ‘지금, 너에게로’(2007년)는 “이 시대 모국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음반 중 하나”(장병욱 음악평론가)라는 평을 들었다. 말로는 “이전까지 어울리기 어렵다고 인식되던 재즈와 한국어의 결합에 격려를 해준 것 같다”면서 “가수가 ‘온 몸을 바쳐’ 솔직하게 노래할 뿐 어떤 가사로 부르느냐가 중요하진 않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도 ‘황성옛터’ ‘비야 비야’ 등 한국어로 가사를 쓴 재즈곡을 2곡 넣었다. “옛 노래는 여지가 있어서 좋습니다. 꽉 짜인 요즘 노래와 달리 편곡에 따라 어떤 장르로도 표현할 수 있거든요. 재즈의 유연함이 발휘되는 것도 그런 지점입니다. 말랑말랑한 재즈도 있지만 저처럼 힘찬 스타일도 있지요. 재즈클럽의 신나는 현장감을 앨범으로나마 전해드리고 싶네요.”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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