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시원한 액션 없어도 ‘그’가 있잖아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제2의 반담’ 제이슨 스태덤 출연영화 ‘카오스’

《26일 개봉한 ‘카오스’의 포스터를 가득 채운 것은 반(半)대머리 액션배우 제이슨 스태덤의 심각한 얼굴이다.주인공일까. 애매하다. 이 영화에서 시애틀의 베테랑 형사 쿠엔틴 코너스(스태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상영시간 절반 정도다. 은행 강도를 추격하고 클라이맥스에서 범인을 밝혀내는 인물은 파트너인 신참 형사 셰인 데커(라이언 필립)다. 조연에 가까운 스태덤이 포스터 전면에 나선 것은 그의 얼굴에 그만큼 흥행성이 있기 때문. 최근 6개월 동안에만 ‘데스 레이스’ ‘트랜스포터-라스트 미션’ ‘뱅크 잡’ 등 3개의 스태덤 주연 영화가 국내 개봉했다. 올해는 2006년 화제작 ‘아드레날린24’의 속편이 공개된다.》

사실 ‘카오스’는 4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도 못하고 DVD만 출시됐다. 수입사가 노리는 것은 스태덤의 거구에서 날렵하게 뻗어 나오는 현란한 발차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일 것. 하지만 ‘카오스’에는 줄기차게 내달리는 ‘아드레날린24’의 시원한 액션이나 반짝이는 구두 굽으로 악당들을 우수수 쓰러뜨리는 ‘트랜스포터’의 발차기가 없다.

무장 강도 인질극에서 사상자를 내 정직당한 코너스 형사. 얼마 뒤 벌어진 은행 강도 인질극에서 범인의 요청으로 수사 팀에 복귀한다. 10억 달러를 훔쳐 사라진 범인을 새 파트너 데커와 함께 쫓던 코너스는 실수로 범인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경찰과 강도가 대결하는 액션영화 스토리는 요약하면 대개 다 비슷비슷하다. 익숙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포장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가 관건. 하지만 ‘카오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성의한 클리셰로 일관한다.

보는 이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켜야 할 오프닝의 은행 강도들은 “우리 지금 은행 털러 갑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복장으로 시내 큰길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정문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간다. 지난해 ‘다크 나이트’에서 관객의 눈을 꼼짝 못하게 붙들었던 조커 강도단의 치밀한 액션과 대조적이다.

라이언 필립은 손에 든 사건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영화 막판 진범을 찾아낸 이유를 범인에게 구구절절 설명하지만 도통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마지막의 어설픈 반전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영화 촬영 중에 어떻게 끝낼지 고민하다가 급하게 맞춰 넣은 듯한 인상을 준다.

스태덤의 얼굴이 국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그의 시원스러운 몸놀림 덕분이었다. 익숙한 싸움질 장면을 조금씩 다르게 보여주는 액션 배우에 대한 수요는 늘 존재한다. 스태덤이 20세기 비디오 대여점을 주름잡았던 장클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의 뒤를 잇는 21세기형 대량생산 액션배우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카오스’ 포스터는 스태덤의 팬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짤막한 주먹다짐과 어이없는 총싸움이 이 영화에서 스태덤이 보여주는 액션의 전부다. 한때 연기파 액션배우로 주목받았던 웨슬리 스나입스의 초라한 모습도 안쓰럽다. 15세 이상 관람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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