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가 만난 사람] 개그맨 김학도·프로기사 한해원 부부

  • 입력 2009년 3월 23일 15시 41분


“어서오세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니 환한 얼굴의 김학도(38) 씨 뒤로 아기를 안은 한해원(27) 씨가 눈에 들어온다. 그밖에도 김학도 씨의 모친 이숙 씨, 후배 개그맨 차승환 씨의 모습도 보였다.

거실 소파에 앉아 집안을 둘러보니 연예인의 집안치고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일반 가정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였다.

TV에서 볼 수 있었던 연예인 신혼부부의, 인테리어 잡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꾸며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양 기자님이 저희 집을 방문한 첫 기자님이십니다. 연예인이 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 신문이나 방송, 프로그램 같은 데서 집안 취재나 촬영을 하자고 해도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든요. 스포츠동아 창간1주년 인터뷰라면서 해원이가 꼭 하고 싶다고 해서 허락했죠.”

김학도 씨의 말에 한해원 씨가 웃는다.

“공식적으로 결혼발표를 하기 전, 기자 분들이 밤중에 바둑 프로그램 녹화장으로 몰려 오셨더라고요. 대뜸 ‘과속했냐’는 식의 개인적으로 곤란한 질문부터 퍼부으셨죠.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양 기자님이 도와주셨어요. 얼마나 감사했는데요.”

기억이 난다. 그날 밤 본인 역시 현장에 가 있었다. 인터뷰를 못 하고 얼굴이 벌게져 있는 동료, 후배 기자들을 다독이며 돌아섰었다.

사실 한 씨와 기자는 길고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프로기사 3단인 한 씨가 98년 입단을 할 때 처음 인터뷰를 했던 것이 바로 본인이었다. 그 이후로도 한 씨와는 종종 인터뷰를 가졌고, 지인들과 식사도 하며 ‘우의’를 쌓았던 것이다. 세상에 마누라 이기는 남편은 없다.

“와인 한 잔 하면서 할까요?”

“좋습니다.”

김학도 씨가 직접 식탁 위에 와인 잔과 치즈 등을 세팅하고는 익숙하게 와인을 채웠다.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아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라기보다는 마치 이들 가족의 저녁식사에 초대된 듯 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한해원 씨가 안고 있는 갓난아기에 눈이 갔다. 2월 7일에 태어난 이들 부부의 아들이다. 김성준이란 이름이 있지만 ‘삼삼이’란 태명이 더 유명하다. 삼삼이는 ‘삼삼하다’란 형용사와는 무관하다. 바둑에서 귀퉁이의 ‘3의 3’자리를 뜻하는 ‘삼삼(바둑에서는 3·三으로 표기한다)’이다. 실리의 대명사인 포석점이기도 하다.

- 태명은 누가 지은 건가요?

“(학도) 제가 지었죠. 바둑돌이 그 자리에 있으면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아기가 안전하게 잘 태어나라고 지었죠.

김학도 씨가 방송에서 ‘삼삼이’를 자주 입에 올린 덕에 두 달도 채 안 된 삼삼이는 벌써부터 유명인사가 됐다. 길거리에서 “삼삼이 아빠 화이팅!”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 이름도 ‘김삼삼’으로 지을까 꽤 고민했단다.

“(학도) 아버지께서 삼삼이 사주를 보고 오시더니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태어난 때가 2월 7일 새벽 3시 40분인데, 이게 ‘당선사주’래요. 뭐든지 나가면 당선될 사주라고. 생각해보니 국회의원 ‘김삼삼’.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이왕이면 조금 묵직하게 가자’해서 김성준이 된 거죠.”

- 집에서 부부끼리 바둑도 두시나요?

“(학도) 해원이가 두기 싫어하겠죠. 그래도 제가 두고 싶어서 두자고 하면 한번씩 둬주고 그래요.”

- 몇 점정도 치석을 깔고 두시나요?

“(학도) 최근에는 4점. 그런데 몇 점을 깔고 두나 결과는 똑같아요. 9점을 까나 13점을 까나.”

“(해원) 그래도 9점 이상은 안 넘어가게 하죠.”

“(학도) 언젠가 9점 깔고 30집을 덤으로 받았죠. 한 집당 1000원씩 내기를 했어요. 설마 이렇게 해놓고 질까 싶었는데, 웬걸요. 그날 10만 7000원인가 잃었죠.”

“(해원) 에이, 그건 벌써 옛날얘기에요. 지금은 오빠(아직도 한 씨는 김 씨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가 많이 늘었어요.”

- 결혼식 날 “아내의 영원한 흑돌로 살겠다”고 했죠?

“(학도) 바둑에서 흑돌은 하수가 쥐는 거잖아요. 영원히 당신의 하수로 살겠다. 이런 뜻이었죠.”

- 데이트 시절과 신혼생활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남편으로서의 김학도 씨는 어떤가요?

“(학도) 어때? 살아보니까 더 좋지?”

“(해원) 개그맨은 집에서 말을 안 하고 산다… 이런 선입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오빠는 집에서 훨씬 더 재밌어요. 데이트할 때보다 지금이 더 그렇고요. 태교기간 중에도 매일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불러주고, 나보고 노래하라고 시키기도 하고, 다리가 부을까봐 발마사지도 해주고. 책도 많이 읽어줬어요. 책을 얼마나 읽어줬는지 아이가 처음 태어났는데 아빠 목소리를 아는 것 같더라고요.”

“(학도) 느껴지더라고. 하긴 내가 읽어준 책만 해도 10권은 될 걸? 그것도 글씨 빽빽한 걸로.”

“(해원) 결혼하기 전에도 오빠가 참 성실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결혼해 보니 훨씬 더 성실한 사람이더라고요. 자기관리가 철저해서 존경스러울 정도죠.”

- 자기관리라면 프로기사들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해원) 사실 프로기사들은 짧게 집중해서 공부하고 길게 놀아요(웃음). 이런 점은 있어요. 이세돌 9단 같은 경우 놀고 있으면서도 머리로는 계속 바둑을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런데 오빠도 비슷해요.”

옆에 있던 차승환씨가 “거 왜, 사우나 사건 있잖아”한다.

“(학도) 전 사우나나 샤워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한 번은 사우나에 갔다가 곧바로 한증막을 들어갔죠. 그런데 사람들이 웃더라고요. 왜 그럴까 했는데, 땀을 닦으려고 얼굴을 만지니까 뭐가 이마에서 턱 걸리는 거예요.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만 모자를 쓰고 들어간 거죠. 흐흐”

- 아내로서의 한해원 씨는 어떨까요?

“(학도) 결혼하기 정말 잘 했죠. 진짜 매일 큰절 하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개그맨들은 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잖아요. 그런데 해원이만큼 순수한 사람 보기 힘들어요. 순수한 사람은 웃기기가 쉽죠. 해원이같은 사람만 방청석에 앉아 있으면 개그맨 하기 정말 쉬울 거예요.”

- 삼삼이가 커서 연예와 바둑에 모두 자질을 보인다면 뭘 시키고 싶으신지요?

“(해원) 일단 본인이 좋다는 걸 물어봐야죠. 대신 ‘뭘 선택하든 학교성적 떨어지면 안 된다’라고 딱 얘기하겠어요. 딸이라면 프로기사, 아들이면 연예계가 좋을 것 같아요.”

- 스포츠는 좋아하시죠?

“(학도) 어유, 그럼요. 제가 연예인야구리그 원년 진행자인데요. 연예인 야구팀 ‘한’에 있다가 최근엔 가수 홍서범 단장의 ‘공놀이야’에 들어갔어요.”

- ‘불놀이야’가 아니라 ‘공놀이야’로군요?

“흐흐 … 백넘버가 33(삼삼)이죠. 축구도 좋아해요. 개그맨 홍기훈 단장의 오렌지팀 공격수입니다.”

“(해원) 오빠가 축구를 참 좋아해요. 전날 밤 3시간밖에 못 자도 축구하는 날은 꼭 나가죠. 거의 매일 골을 넣어요.”

- 스포츠동아는 자주 보시나요?

“(학도)연예인 생활을 하다 보니까 스포츠지는 매일 보죠. 습관적으로 스포츠신문을 먼저 다 읽고 다른 종합지를 봐요. 방송 출연 때문에 KTX를 자주 타는데, 탈 때 아예 스포츠지란 스포츠지는 싹 가져다 봅니다. 스포츠동아야 당연히 즐겨 읽죠.”

“(해원) 저는 인터넷을 많이 해서 온라인으로 보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런데 전 정말 잘 ‘낚여요’. 계속 클릭하면서 들어가는 거죠. 스포츠동아 홈페이지 페이지 수도 제가 많이 늘려드리고 있을 걸요?(웃음)”

- 스포츠신문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겠죠?

“(학도) 자극적인 광고가 너무 많아요. 스포츠지 이미지를 깎아 먹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빠, 한가해요’, ‘성인만 보세요’ 이런 건 아예 애들은 보지 말라는 거잖아요.”

“(해원) 연재만화의 경우 성인물이라 해도 전에는 직장에서의 애환을 다룬다든지, 소재가 다양했는데 요즘은 너무 성적으로만 가는 것 같아요.”

- 스포츠동아는 창간 때부터 ‘깨끗한 신문’, ‘가족이 함께 읽는 신문’을 지향하고 있지요.

“(학도) 박수! 바로 그겁니다. 스포츠동아 화이팅!”

- 연예인으로서 스포츠지의 연예기사들을 어떻게 보시나요?

“(학도) 연예인들은 스포츠신문에 실림으로써 홍보가 많이 되죠. 인터넷 검색순위도 올라가고. 스포츠지에 한 번 실리면 섭외대상이 돼요. 방송작가들도 신문을 다 보니까. 그런데 스포츠지에만 나오는 연예인들이 있어요. 섭외도 안 되고. 그럴 땐 안타까운 생각이 들죠. 반면 톱스타들의 경우 너무 개인적인 사생활들,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기사화되는 것도 좀 그렇죠. 스타 누구 생일인데 집에 강아지가 아팠다, K양은 개를 좋아해 … 이런 기사 볼 때면 ‘낼 거 진짜 없나보다’싶을 때도 있어요.”

- 지난해 결혼하셨으니 스포츠동아와 ‘동갑’이시네요. 창간1주년을 맞아 스포츠동아 독자 여러분께 축하인사 좀 부탁드릴게요. (이 장면에서 김학도 씨가 불쑥 녹음기를 들더니 한해원 씨에게 들이댔다)

“(학도) 한해원 씨, 스포츠동아 애독자 여러분께 축하 인사말씀 해주세요. 아, NG! 다시, 스탠바이 … 큐!”

“(해원) 스포츠동아가 1주년을 맞았는데요. 1이란 숫자는 아주 많은 것 중의 하나로 작은 부분을 뜻하기도 하지만 1자체가 전체를 뜻하기도 해요. 지나온 1년만큼 앞으로도 잘 되시고 행복하시길 빌어요. 우리 가정도요.”

“(학도) 에에, 1주년 첫돌입니다. 저희 은혼식 25주년 때 스포츠동아 1면 톱기사로 실어주실 거죠? 금혼식 때는 전면에 실리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그 감사의 마음을 성대모사로 전하겠습니다. (김흥국버전) 1주년 들이댔으니까, 100주년까지 들이대. 크하하하! (앙드레김 버전) 아우 …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한 스포츠계의 … 아우! … 이제 돌이지만 앞으로는 나머지 애들이 따라가야 할 상황인 거 같아요 … 스포츠 도~옹~아. 화이티~잉 (이덕화 버전) 덕화, 인사드리겠습니다. 편안함의 끝에 도전하는 멋진 기사들 … 보여~주세요! 야아, 이거 성대모사를 신문에서 해보긴 처음이네. 하하하! 스포츠동아의 창간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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