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자 헨더슨 한국 문화재 닥치는대로 가져가”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김경임 前대사 약탈 문화재 다룬 책서 주장

“박정희 정권에 비판적인 미국인 학자였던 그레고리 헨더슨(1922∼1988)은 1958∼1963년 외교관 신분으로 한국에 있으면서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문화재를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 헨더슨의 한국 문화재 수집은 약탈에 가깝다.”

외무고시 첫 여성 합격자이자 여성 2호 대사인 김경임 전 튀니지 대사(사진)가 약탈 문화재의 역사와 반환 문제를 다룬 책 ‘클레오파트라의 바늘’(홍익출판사)을 20일경 낸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그는 유네스코에서 문화재 외교를 담당했고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 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화재법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 외국 외교관들이 한국 문화재를 반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헨더슨의 사례를 든다.

헨더슨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150여 점의 도자기와 다량의 불화, 불상, 서예, 전적류(典籍類)를 수집해 미국으로 가져갔다고 저자는 밝혔다.

다양한 문화재가 포함된 ‘헨더슨 컬렉션’은 외교관의 이삿짐을 뒤지지 않는다는 협정에 따라 아무런 검사도 받지 않았다.

헨더슨은 1968년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라는 책으로 박정희 정권을 비판했다.

책에는 세계 최초의 약탈 문화재인 함무라비법전 비문, 덴마크로 넘어갔다가 아이슬란드로 반환된 기록문화재인 ‘레기우스 필사본’(1270년경 집필된 서사시 모음집) 등 주요 약탈 문화재와 반환 협상 이야기를 담았다.

김 전 대사는 “문화재를 약탈했던 강대국은 가져온 문화재의 반환이 아니라 현재 보유한 문화재의 도난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