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날려버려! 작은 키 콤플렉스”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키가 작아도 괜찮아/유효진 글·지영이 그림/124쪽·8000원·아이앤북 (초등 3, 4학년)

다우는 아침마다 멸치주먹밥을 먹는다. 몸에 좋은 멸치를 먹고 키가 쑥쑥 크라고 엄마가 매일 아침마다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멸치주먹밥뿐이 아니다. 간식으로 뱅어포를 먹어야 하고, 밥반찬도 만날 키 크는 데 좋다는 꽁치다. 목이 말라도 물 대신 엄마가 주는 흰 우유를 마셔야 한다. 찌푸린 얼굴로 숨도 쉬지 않고 우유를 들이켜는 다우에게 엄마는 한마디 한다. “그렇게 마지못해 먹으니 그 우유가 살로 가겠니, 키로 가겠니….”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뚱뚱해도, 키가 작아도 스트레스다. 엄마들에게도 아이의 키는 큰 관심사다. 아이가 친구보다 작으면 속상하다. 이 동화의 주인공인 다우와 다우 엄마의 가장 큰 고민 역시 작은 키다.

열한 살인 다우는 원래 4학년이어야 하지만, 어릴 때부터 키가 너무 작아 엄마가 일년을 늦춰 학교를 보냈다. 그 바람에 한 살 터울인 여동생과 같은 3학년이 됐다. 반에서 키가 제일 큰 여동생보다도 작은 다우는, 키 크는 데 좋다는 음식들만 골라 먹이는 엄마에게 괜히 짜증이 난다. 친구들의 놀림에 화나고, 무심코 던지는 동네 어른들의 ‘꼬맹이’ 소리에도 상처를 입는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나오는 오후 10시에는 무조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다우는 혼자 눈물을 쏟는다. 어느 날, 다우보다 더 키가 작은 박새이라는 소년이 전학 오면서 다우에겐 변화가 찾아온다.

다우가 자신의 콤플렉스인 작은 키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동화. 키가 작아서 제일 속상한 건 다우 자신일 텐데, 아이보다 더 키에 민감한 엄마와 주변 어른에 대한 불만이 아이의 눈높이에서 경쾌하게 그려진다.

체육시간, 박새이는 늘 다우를 괴롭히던 장난꾸러기 고구항과 피구 경기에서 일대일로 대결한 끝에 결국 진다.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고구항 편 아이들을 향해 박새이는 당당히 외친다. “져도 괜찮다, 져도 괜찮다.”

씩씩한 박새이를 통해 다우는 자신의 문제는 작은 키 자체가 아니라 키가 작다는 것을 의식해 늘 소극적이었던 자신의 마음가짐이었음을 깨닫는다. 다우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누가 꼬맹이라고 해도, 키가 작다고 해도.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자신만의 단점에 속상해하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동화책.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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