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 살갑구나, 소야…이영학-황영성 씨 기축년 기획전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물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김종삼의 ‘묵화’)

묵묵히 일하는 우직한 소. 우리의 농경문화에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만큼 가깝고 미더운 동물인 소의 어진 얼굴을 도심의 전시장에서 만났다. 소의 해를 맞아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가 마련한 ‘이영학의 소’(22일까지·02-3210-2111)와 ‘황영성의 소와 가족’전(10∼28일·02-2287-3500).

두가헌 갤러리에서 선보인 조각가 이영학(60) 씨의 작업은 관람객에게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추억 속에 남아있는 엿장수 가위를 수집해온 작가. 아주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우리나라 소가 품고 있는 정서적 따스함이 풍부하게 녹아든 ‘작품’을 탄생시켰다. 장터에서 뒹군 세월의 얼룩이 묻어나는 엿장수 가위, 그 위로 묵묵히 일하는 소의 얼굴이 오롯이 겹쳐진다.

화가 황영성(68) 씨의 작품에선 마치 전래동화의 의인화된 주인공처럼 웃음과 해학의 이미지를 담은 소를 볼 수 있다. 추상적 문양으로 간결하게 표현된 소와 집, 사람이 칸칸이 배열된 화면은 밝은 색채와 조화를 이룬다.

향토적 서정과 훈훈한 온기가 스며 있는 캔버스. 순박한 사람과 순한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평등하게 공존하는 이상향을 떠올리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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