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이팟’ 디자인에 禪이 담겼다

  • 입력 2009년 1월 24일 03시 00분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디자인/스티븐 베일리 외 지음·허보윤 외 옮김/336쪽·6만3000원·디자인하우스

영국 정상의 디자이너이자 미술(디자인) 평론가인 스티븐 베일리 씨와 가구 디자이너인 테렌스 콘란 씨의 공동 저작인 이 책은 20, 21세기 디자인의 백과사전이다.

책 전반부는 18세기에 단초가 나타난 현대 디자인이 20세기 현대 문화에 끼친 영향을 서술한 역사다. 후반부는 현대 디자인에 족적을 남긴 디자이너, 주요 디자인 개념, 앞선 디자인을 선보인 기업 등을 A부터 Z까지 표제어별로 정리한 사전 형식을 취했다.

얼핏 딱딱한 형식으로 보이지만 전반부의 통사와 후반부의 사전은 디자인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의 사전은 표제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읽을거리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컬러 사진의 디자인 제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들은 훌륭한 디자인은 기능, 미, 혁신이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명료하게 말한다. 콘란 씨는 “좋은 디자인은 98%의 상식과 2%의 신비한 요소로 이뤄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베일리 씨는 “좋은 디자인은 창의적 표현과 이성적 목적의 유용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저자들은 애플사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디자인의 고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팟의 디자이너는 누굴까. 저자들은 이 디자이너를 1960년대 독일 브라운의 디자인 최고책임자였던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 씨 같은 거장들에 견줄 수 있는 21세기의 유일한 제품 디자이너라고 격찬한다. 조너선 아이브 씨다.

1997년 애플사의 데스크톱 컴퓨터 브랜드인 아이맥을 디자인하면서 유명해진 아이브 씨는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를 넘어선 것에 미친 듯이 끌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불교의 선(禪) 사상에서 큰 영향을 받아 색상과 형태에 대해 깊이 명상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아이팟의 디자인이 불교의 선 사상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디자인은 상품에 대한 연상과 기대치를 합한 브랜드 가치와 밀접하다. 아우디자동차의 비싼 가격은 아우디의 브랜드 가치 이미지가 정당화해 주는 것이다. 제품의 우수한 질, 회사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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