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리뷰]영화속 영화세계… 웃음뒤에 찡한 감동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코미디영화 ‘매직 아워’

“컷! 컷!”

감독이 뛰어든다. 배우는 “내 연기 어땠어? 지금 찍은 거 볼 수 있어?” “영화가 끝나고 보여줄 거라니까.”

영화 ‘매직 아워’는 영화 속 영화를 그린 세계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웃음의 대학’ 등의 코미디 영화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일본의 미타니 고키 감독 작품이다. 지금 서울 대학로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극 ‘웃음의 대학’도 미타니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가상의 일본 항구도시 수카고의 한 거리. 다른 곳은 휴대전화와 최신 첨단 장비들을 사용하는 현대지만 유독 이 거리만 1930년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세력 확대를 노리는 갱단들이 암투를 벌이는 이 거리에서 폭력조직원 빙고(쓰마부키 사토시)는 보스의 여자 마리(후카쓰 에리)와 밀회를 나누던 중 발각된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전설적 킬러 데라 도카시를 데려와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 그는 계략을 꾸민다. 액션 전문 엑스트라 배우를 섭외해 데라 도카시 연기를 하게 하는 것. 얼굴이 나오는 배역이 꿈인 만년 조연 배우 무라타(사토 고이치)가 섭외되고 그는 영화 촬영이라고 생각하며 조직원들과 맞선다.

일생일대 첫 주연을 맡아 흥분한 무라타는 대본도 없는 데다 연기 아닌 실제 폭력까지 가해지지만 ‘리얼리즘’이라고 얼버무리는 ‘감독’ 빙고를 철석같이 믿고 따른다. 보스 앞에서 칼을 핥고, 동남아 조직원들의 총격을 멋 부리며 피하는 등 ‘용맹성’까지 과시해 보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본 톱스타 쓰마부키 사토시와 아야세 하루카를 내세웠지만 관객의 마음을 잡는 것은 무라타 역의 사토 고이치다. 이 영화가 코미디로서 매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가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모른 채 온갖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열연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 웃음의 코드가 역설적으로 관객에게 찡한 감동을 준다.

그냥 지나치는 조연 없이 모든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넣는 것으로 유명한 미타니 감독에게 무라타는 자신의 연출 철학을 극대화한 상징적 존재다.

제목 ‘매직 아워’는 태양이 지기 시작해 어둠이 내릴 때까지의 짧은 순간을 뜻한다. 극 초반 무라타는 “하늘이 가장 아름답게 보여 영화를 촬영하기에 제일 좋은 때”라고 말하는데, 영화도 엔딩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펼쳐낸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강력 추천 대상 △가슴 뭉클한 웃음을 맛보고 싶다면 △소지섭 강지환 주연의 ‘영화는 영화다’를 재밌게 봤다면 △일본의 톱스타 쓰마부키 사토시, 아야세 하루카 콤비를 보고 싶다면.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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