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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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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이 자의적이라는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비실용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쓸모없거나 해롭다고 믿는 많은 이해할 수 없는 선호와 기피의 존재로 인해 강화되어 왔다. 이 책에서 나의 전략은 이러한 요새를, 그것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을 골라 공격하는 것이며 이것들이 영양학적, 생태학적, 혹은 경제적인 선택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고기 먹는게 혐오스럽다고?
문화권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한 문화권의 금기 음식이 다른 문화권에선 대중 음식인 경우도 많다. 중동에서는 돼지고기를 기피하지만 미국에서는 양이나 염소 고기가 인기가 없다.
이 책은 얼핏 일관성 없고 비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음식문화의 비밀들을 미국의 대표적인 인류학자인 저자가 문화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문화유물론자인 그에 따르면 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은 인간이 생태계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주어지는 생물학적인 강제다. 얼핏 이상해 보이는 관습이나 문화적 이데올로기를 살펴보면 생물학적인 합리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생태적 적응을 위해 문화행위들이 이뤄진다는 것인데 이는 음식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저자는 유대인들은 돼지고기 먹는 것을 율법에서 금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계율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중동의 기후와 생태, 유목민족의 특성상 돼지를 기르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고 먹어보지 못해 익숙지 않고 불확실한 음식인 돼지고기를 기피한 것이 그 문화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육식의 관습부터 벌레, 애완동물(다른 지역에서 애완동물로 간주되는 동물들)을 먹는 전통, 식인 관습에 이르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소개하며 그것이 주변 환경의 조화 속에서 정착된 합리적인 문화임을 보여준다.
개고기의 일례를 보자.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개고기를 먹는 곳은 가축이 부족하거나 식량으로 개가 중요한 경우다. 하와이인이나 타히티인 등이 그렇다. 특히 폴리네사아인들은 개의 고기뿐 아니라 털 가죽 이빨 뼈 등도 가치 있게 생각한다. 반면 캐나다 북서쪽에 살고 있는 하레인들은 개고기 먹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자생적으로 생긴 선호도라기보다 개가 사냥에 결정적 공헌을 하기 때문에 개를 잡아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대평원의 들소가 식량원이므로 사냥에 도움이 되는 개를 죽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벌레를 먹는 것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가축이 없는 캘리포니아 원주민, 인디언들도 메뚜기 등을 먹었고 겨울을 나기 위해 나방 번데기를 저장해 두기도 했다. 동물성 식품 섭취가 부족한 이들이 벌레로 단백질원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동남아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산업화 이전 동물성 단백질, 지방이 부족했을 시기에 벌레를 먹었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비합리적이고 원시적이라고 비난받는 식인 풍습에도 비용과 이익의 측면에서는 타당성이 있다. 이런 풍습을 가진 부족들은 전쟁의 부산물로 인간고기를 얻었으며(결코 인간고기를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인 게 아니다) 그것이 일정의 영양원이 돼 주는 건 사실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이 서로 다른 생태적 환경 속에서 적응해 온 과정을, 음식문화를 주제로 쉽게 설명한 덕분에 각 문화권 고유의 특징과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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