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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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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을 다녀와서 ‘느끼한’ 음식 때문에 고생만 하다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 없는 보물섬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것과 같은 일이다. 중국 음식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궁중요리의 베이징, 음식백화점 상하이
청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한 6대 황제 건륭제는 87세로 장수했다. 그는 주식, 부식, 요리, 탕류 등을 합쳐 160여 종의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그가 좋아한 요리는 오리고기와 제비집 요리였는데 특히 콩류와 산나물은 거르지 않고 가까이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뜨거운 국물의 국수를 거르지 않았다.
‘다리 달린 것은 책상과 의자를 빼고 모두 음식을 만든다’는 말처럼 중국은 각종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의 나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 간 한국인들은 다양한 메뉴와 ‘느끼함’ 때문에 고생을 하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국 음식은 모두 기름에 볶아 느끼하다든가 원숭이 골, 모기 눈알, 바퀴벌레 등 독특한 재료들만 부각되면서 생긴 오해와 편견도 있지만 중국 음식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번역가이자 중국 대중문화 전문가인 저자도 기름진 음식과 수백 가지 메뉴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주문을 했을 때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음식을 먹은 적도 수없이 많았다.
저자는 중국의 양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요리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치 문화의 중심지 베이징에서는 진귀한 재료를 사용한, 화려하고 영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궁중 음식이 발달했다. 또한 차갑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튀김이나 볶음 요리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많다. 상하이는 일찍 개방된 덕분에 ‘음식백화점’이라는 별명처럼 다양한 종류의 재료와 음식이 발달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중국 요리로 자리 잡은 자장면으로 중국 음식에 대한 이해도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초보), ‘중국에도 자장면이 있다’(발전), ‘중국 본토 자장면은 한국 자장면과 다르다’(심화) ‘한국 자장면의 원조는 중국 산둥이다’(원숙)라고 한다.
중국 자장면은 국수 가락이 납작하고 찰기가 없어 칼국수 면과 비슷하다. 둥글고 탄력 있는 수타면을 기대하고 갔다면 실망하기 마련. 베이징 자장면은 잘게 썬 여러 종류의 야채와 춘장을 각각 자기 입맛대로 국수 위에 얹어서 비벼 먹기도 한다.
저자는 중국 음식이 발전한 데에는 실수와 우연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한다. 쓰촨 성의 ‘위상러우쓰’(돼지고기 야채볶음)는 우연히 생선 양념이 남아 다른 요리에 넣었다가 만들어졌고, ‘자오화지’(거지닭)는 거지들이 닭을 훔쳐와 진흙을 발라두고 땅속에 파묻어 숨겨두었다가 구워 먹은 데서 유래가 됐다.
책은 ‘향미색형양의(香味色形養意)’, 향과 맛, 색깔과 모양, 영양과 의미를 중시한다는 중국 음식 문화의 계보, 간식 문화와 음료, 소수민족 음식, 문학작품 속 음식 문화까지 다양한 설명을 넣었다.
책을 소개하는 글에는 “실제 중국의 식당에서 당신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되어 있지만 방대한 역사 지리 사상이 들어간 이 책은 음식 주문 요령서를 넘어 백과사전식 중국 음식 문화사에 가깝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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