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고양이…야옹 인간…기猫한 이야기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8시 04분


고양이는 새침데기다. 앞발을 뻗어 날쌔게 담장을 넘어놓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히 걷는다. 은밀한 곳에 숨어서 기괴한 울음소리로 애간장을 말리기도 하고, 천연덕스럽게 야옹거리며 애교를 보인다. 이에 반해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주인 뒤를 쫓아다니고 싱글벙글거리며 주인 비위를 맞춘다. 무대 위의 고양이와 강아지는 어떨까?

연극, 뮤지컬 속에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보자.

하나. 뮤지컬 ‘캣츠’

뮤지컬 ‘캣츠’는 고양이 중에서도 제일가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캣츠의 고양이들은 불친절한 고양이답지 않게 앙증맞게 갖가지 개인기를 드러낸다.

관람 전에 간단히 고양이들의 이름과 캐릭터, 캐스팅된 배우를 살펴보고 공연장에 들어가는 게 좋다.

최초 한국어 번안 공연으로 대사 전달이 잘 되지만, 나비나 야옹이 같은 순박한 이름의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에, 무대 위를 누비는 고양이들을 구분하는 게 헷갈릴 수도 있다.

캣츠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 현장에서 천국에 보낼 ‘부활’ 자격의 고양이를 뽑는 내용이다. 이때 각자 재주를 뽐낸다.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각색 짐승 공원에 모여 무도회가 열렸다는 우리나라 동요처럼 고양이 파티가 열렸다고 상상하면 된다.

한 때 잘 나갔던 배우였지만 지금은 중풍에 걸린 ‘거스’고양이는 연기 못하는 배우들에 대해 혀를 쯧쯧 차고, 악당 ‘맥캐버티’는 지도자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로 변장을 하고 나타나 다른 고양이를 위협한다.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마법사 고양이는 현란한 연속 회전 동작을 선보이며 박수를 독차지한다. 남루한 옷차림의 ‘그리자벨라’ 고양이는 히트곡 ‘메모리’를 부르며 가슴 저미는 선율을 선사하고 부활고양이로 발탁돼 하늘로 올라간다.(02-501-7888)

둘. 연극 ‘말하는 고양이’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어요” 연극 ‘말하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되고 싶은 ‘덕이’와 그의 주변에 함께 사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다.

덕이는 고양이만이 진심으로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믿는다. 고양이는 과연 덕이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걸까?

덕이의 친구는 세 마리의 고양이다. 툴툴거리지만 자상한 ‘나비’, 촐랑거리지만 귀여운 ‘페르시안’, 샴 쌍둥이이자 트렌스젠더 고양이 ‘수봉이’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덕이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한편으로 “도둑 고양이여 영원하라”며 사람과 투쟁도 벌인다. 방법은 털 날리기, 휴지 흩트려 놓기, 아기소리 울음으로 잠 설치게 하기다.

‘절대고독’과 ‘절대심신’을 호소하는 고양이들은 그래도 자신들은 사람처럼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다고 뿌듯해한다.

남에게 무시만 받고,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낀 외톨이 덕이는 과연 고양이가 될 수 있을까? 나비는 덕이를 말리고 페르시안과 수봉이는 고양이가 돼라고 권유한다. (02-3676-3676)

셋.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뮤지컬에도 상근이가 떴다?

KBS ‘1박 2일’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상근이의 전문트레이너 천안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이웅종 교수가 무대에 오를 또 다른 상근이를 교육 중이다. 주인공은 바로 오즈의 마법사의 토토 강아지다.

겨울방학,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리는 가족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는 주인공 도로시 옆에 항상 붙어 다니는 강아지 토토가 공동 주연이다.

도로시와 토토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마법의 나라로 떠난다. 깡통 로봇과 허수아비, 마녀도 둘이 함께 만난다. 라이브 무대에 오르는 강아지이기 때문에 NG는 절대 용납이 안 된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지난 9월 두 번의 오디션 끝에 호두와 토토즈를 공동 선발했다.

2006년 발렌타인데이에 태어난 호두(말티즈)는 “앉아”, “엎드려”, “차렷”, “빙글빙글”, “하이파이브” 등의 기본 훈련을 습득했다. 먹을 게 눈에 보여도 기다리라고 하면 안 먹고 기다린다.

호두의 사회성이 높아 도로시의 친구가 됐다.

공동 캐스팅된 토토즈(요크 셔테리어)는 올해 3월 4일에 태어났다. 낯선 사람도 매우 친근하게 따르고 활동적이지만, 사람의 무릎에 앉히면 얌전한 자세도 뽐낸다.

그룹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브라이언이 현재 주인에게 선물한 강아지다.

호두와 토토즈는 100∼150만원의 출연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들이 도로시와 함께 무대 조명과 음악, 관중의 박수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가을동안 연기 연습을 충실히 했는지 오는 12월 17일에 확인할 수 있다. (02-399-1772)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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