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1>음식 이야기-한 미각 탐험자의…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유행에 민감한 패션과 마찬가지로 음식도 유행을 탄다. 요즘처럼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갑자기 커진 적도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사람들이 미각에 대해 혹은 음식과 관련해 건강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본다. 우스갯소리로 ‘알약’으로 식욕을 해결하는 그런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요리에 얽힌 ‘푸짐한 수다’

매일 접하는 것이 각양각색의 밥상이지만 정갈하고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접하는 것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드물다. 이런 음식을 두고 사람들은 작게는 흥미로운 대화거리에서 예술의 소재로까지 다양하게 활용해 왔다.

100쪽 안팎의 얇은 문고판 시리즈인 이 책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음식에 관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궁금증과 호기심들을 담았다. 음식의 색깔은 영양소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레드와인은 실제로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혹은 장수 식품이나 정력제로 쓰이는 음식들은 실제로 어떤 효능이 있을까….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음식에 관한 상식과 실용적인 정보 위주로 써서 쉽게 읽힌다.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우선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또한 공덕을 쌓는 일 중 한 가지로 보는 사찰 음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갈수록 편리해진 사람들의 삶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 역시 과하게 기름지고 사치스러운 것이 돼 버렸다. 현대인들은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한다. 이런 모습을 비판적으로 돌이켜보기에 담박하게 만들어진 사찰 음식은 속가에서 사는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버리는 부분 없이 먹기 위해 나물을 데친 물로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조리방식, 오신채(五辛菜·불가에서 금하는 파, 마늘, 달래, 실파, 흥거 등 다섯 가지 채소를 이름)를 넣지 않고 만든 김치 등과 발우공양(스님들이 평소 식사하는 것)의 식문화는 흥미롭게 읽힐 뿐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요즘 각광받는 ‘웰빙 푸드’를 색깔로 분류하기도 했다. 빨강, 하양, 검정, 녹색, 노랑으로 분류되는 음식의 색깔은 저마다 우리 몸의 오장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붉은색 음식은 심장, 흰색은 폐, 검은색은 신장, 녹색은 간장, 노란색은 위장과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가장 맛없어 보일 수 있는 검은색을 띤 음식이 최근에는 건강식으로 특히 각광받고 있는데 가령 검정콩, 검정쌀, 검정깨 등은 노화를 억제하고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붉은색 음식 역시 웰빙 푸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토마토다. 토마토는 비만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에도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장수 식품, 인간이 가장 처음 먹게 되는 음식인 ‘초유(初乳)’의 효능, 채식문화가 발달한 한식의 우수성과 세계화를 위한 방안 등이 실려 있으며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의 추천도 곁들였다. 와인 편에서는 불고기, 갈비찜, 생선회 등 종류별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제시했다.

책을 읽고 나면 식사 자리에서 가벼운 대화에 적합한 화제를 풍부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듯하다. “어떤 색깔의 음식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져도 좋고 “강한 양념에 육질까지 묵직한 갈비찜에는 타닌 성분이 많은 보르도 지방의 레드와인이 무난하지요”라고 설명해도 좋을 듯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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