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캐릭터 연예인처럼… 폼 나잖아”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0분


젊은 세대 허세 집착 이유는…

심리학적으로 허세는 자아 존중감(자신감)이 낮고 체면 민감성(타인을 의식하는 정도)이 높을 때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허세는 자기 포장, 자기 PR의 도구로 쓰이는 게 보통이다.

심리검사 연구기관인 ‘한국 가이던스’의 한종훈 주임연구원은 “서구화, 핵가족화 등의 영향으로 개인주의가 만연한 분위기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 결과”라며 “허세를 부려서라도 돋보이려는 것이 젊은이들의 과제처럼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세를 부려 자신을 포장하려는 것은 가치관의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꿈꾸던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들은 ‘멋있게 사는 것’, ‘좋은 이미지로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1990년대 말 ‘아바타’가 처음 나왔을 때 기성세대는 현실의 자신과 비슷한 형태로 만든 반면 10대들은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을 아바타에 구현했다”며 “신세대들은 허세 문화를 삶의 목표로 여기며 이를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멋은 피상적인 측면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확고한 자기 정체성 확립보다는 순간순간 이미지를 바꿔나가는, 일종의 TV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 연예인’처럼 살고자 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허세를 부려서라도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기성세대가 하지 말라고 해도 이미 이를 하나의 놀이(어릴 적 친구들과 하던 소꿉장난)처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허세가 자신의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잠시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자기 PR에 적합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새로운 이미지를 계속 만들기 위해 또 다른 허세를 부리는 등 허세는 또 다른 허세를 낳기 때문이다.

PR 전문가인 박인숙 ‘애비뉴 PR’ 대표는 “단발성 이미지 관리보다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다양한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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