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이랑~ 따라 부르다 보니 한국인 열정-애절한 정서 이해”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일본 도쿄 간토국제고교 학생들이 9일 강원 정선군 정선아리랑학교를 방문해 아리랑을 배우고 있다. 정선=윤완준 기자
일본 도쿄 간토국제고교 학생들이 9일 강원 정선군 정선아리랑학교를 방문해 아리랑을 배우고 있다. 정선=윤완준 기자
《9일 강원 정선군 정선아리랑학교 강당. 이제 막 장석배(60) 정선아리랑공연단장과 전수조교 배귀연(67) 씨가 아리랑을 한 곡조 뽑을 참이었다. 일본 도쿄 간토국제고교 2학년 학생 20여 명은 하나같이 멀뚱한 표정이었다. “마음이 울적할 때 부르는 정선아리랑입니다.” 장 단장이 정선아리랑 중 가장 느린 가락의 ‘긴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 정선아리랑학교 찾은 日 고교생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억수장마 질라나∼아∼아…아리∼이∼랑 아리∼이랑/아라∼아∼아리∼이이이∼요….”

학생들이 한 소절씩 반복해 따라 부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사와 가락이 입에 익자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조금 빠른 장단의 ‘자진 아리랑’에 이어 ‘랩’을 연상시키는 빠른 가락의 ‘엮음 아리랑’에서 신명이 터졌다.

“우리 댁의 서방님은 잘났든지 못났든지/얽어매고 찍어매고 장치다리 곰배팔이…백복령 굽이굽이 부디 잘 다녀오세요.”

이 학생들처럼 아리랑을 배우기 위해 정선아리랑학교를 찾은 일본 고교생이 올해 들어 9월 현재 15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1200여 명이 다녀갔다.

학생들은 이 학교 내 추억의 박물관 전시실에서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1926년)의 영화 음악으로 창작한 아리랑을 1950년대 일본 여가수가 부른 곡을 들었다.

스도 마요 양이 “아름답고 애절해요. 이 노래도 아리랑인가요”라고 묻자, 진용선 정선아리랑학교 교장이 “학생 할아버지 세대의 유명 가수가 부른 한국 아리랑”이라고 설명했다.

“흥겨운 일본 민요와 달리 역경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삶에 밴 음악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지마 나쓰미(17) 양은 정선아리랑을 부른 뒤 이렇게 말했다.

오가타 사키코(17) 양은 “한국은 가까운 나라이고 공유하는 문화도 많지만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만 생각했다”며 “하지만 함께 아리랑을 불러 보니 한국인들이 열정과 애절함이 조화된 정서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선=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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