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87>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筆(필)은 붓 또는 쓰다의 뜻이다. 쓰거나 그리는 재주 또는 쓰고 그린 작품을 두루 가리킨다. 특히 문학양식으로서 文筆(문필)이라고 할 때의 筆(필)은 산문을 가리키고 文(문)은 운문을 가리킨다. 물론 詩文(시문)에서의 文(문)은 산문을 가리킨다.

落(락)은 꽃이나 잎이 떨어지다의 뜻이다. 零落(영락)은 초목의 잎이 시들어 떨어지다 또는 쇠락하다의 뜻이다. 멈추어 쉬다 또는 머물다의 뜻, 落成(낙성)처럼 건물을 준공하다의 뜻도 있다. 여기서의 筆落(필락)은 붓을 대다 또는 글을 쓰다의 뜻이다.

驚(경)은 본래 말이 놀라는 것으로 놀라다 또는 놀라게 하다의 뜻이다. 驚心動魄(경심동백)은 마음을 놀라게 하고 넋을 흔들다, 즉 매우 긴장한 상태가 됨을 가리킨다. 勿驚(물경)은 놀라지 마라는 말로, 놀랄 만큼 엄청난 것을 말할 때 흔히 쓰는 상투어로 ‘놀랍게도’에 해당한다. 경계하다의 뜻인 警(경)과는 구별된다.

泣(읍)은 흐느끼다의 뜻으로 소리를 내지 않거나 낮은 소리로 우는 것이다. 소리를 내는 哭(곡)과는 구별된다. 泣訴(읍소)는 흐느끼며 하소연하다의 뜻이다. 泣斬馬謖(읍참마속)은 큰 목적을 위해서 아끼는 이마저 처벌함을 비유한다. 제갈량이 마속을 몹시 아꼈으나 그가 명령을 어겨 패전하자 슬퍼하면서도 가차 없이 처단한 일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은 주로 상대의 불운과 실패가 나의 행운과 성공이 되는, 승리와 패배로 뚜렷이 나뉘는 殺伐(살벌)한 경쟁이 난무한다. 그래도 찾아보면 함께 승리할 수 있고 또 모두에게 행운이 되는 그런 경쟁과 맞수의 관계도 많다. 이백과 두보가 ‘李杜(이두)’로서 천고에 이름을 남긴 것도 그런 관계와 무관치 않다. 杜甫(두보)가 이백의 문학적 천재성을 칭송한 구절로 ‘寄李白(기이백)’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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