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폭력 낳아” 묵언행진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4분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불교계가 주도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에 참가한 스님들이 절을 하고 있다. 이날 법회엔 스님 700여 명이 참가했다. 김미옥 기자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불교계가 주도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에 참가한 스님들이 절을 하고 있다. 이날 법회엔 스님 700여 명이 참가했다. 김미옥 기자
서울광장서 불교 시국법회

오늘 촛불-反촛불집회 예정

4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법고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스님들이 반야심경을 외기 시작했다.

이날 불교 시국법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에 참가한 스님 700여 명 등 9000여 명(경찰 추산)은 “정부가 이제라도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를 철회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쇠고기) 재협상 선언하라”

오후 5시 40분경 조계사에서 ‘묵언행진’을 시작한 1500여 명의 불자들은 오후 6시 반경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에 들어섰다. 불교행사인 만큼 촛불 컵에는 연꽃 모양의 장식이 달렸다.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시국법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시위의 허물은 보지만 대통령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추가협상까지는 보지만 재협상은 보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재협상을 선언하고 지지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어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어 보였다.

연대 발언에 나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신부는 “여러분 성불하십시오”라고 인사한 뒤 “믿음과 신앙의 대상은 다를지라도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참회하며 희망을 나누자”고 말했다.

스님들이 목탁 소리에 맞춰 ‘108 참회문’을 한 명씩 낭독하고 30여 분간 108배를 마친 뒤 시위대는 오후 9시경 남대문 방면으로 거리행진에 나섰다.

촛불 대신 등불을 들고 선두에 선 700여 명의 스님은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입니다’, ‘쇠고기 재협상,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등의 구호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묵언행진을 이끌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대열 맨 앞에서 2m 높이의 두 개의 사천왕상을 리어카에 싣고 행진했다.

시위대가 을지로 입구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돌아오자 사제단 신부들은 꽃바구니를 건네며 스님들을 맞았다. 시위대는 집회 시작 4시간 만인 오후 10시 반경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자진 해산했다. ○ 주말 대규모 집회-반촛불 맞불 집회 예정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종교계의 계속되는 지원 행렬에 힘입어 5일을 ‘국민 승리의 날’로 정하고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촛불대행진을 개최하기로 했다.


▲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기자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5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가 열린 뒤 오후 6시 광우병 기독교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기독교인 1000인 대합창’ 등의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에 맞서 인터넷 포털 카페인 ‘과격불법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는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반(反)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앰네스티 조사관 현장 참관

한편 4일 입국한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동아시아 조사관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국법회에 참석해 집회 현장을 둘러봤다.

무이코 조사관은 이날 입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집회에서 인권침해 주장과 의혹이 늘어 한국 상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2주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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