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글 써왔지만… 이렇게 수줍기는 처음”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이어령 교수 등단 50여년만에 첫 시집

내달 중순 출간 예정

“수없이 많은 글을 써왔지만 이렇게 수줍게 내놓는 책은 처음입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74·사진)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등단 50여 년 만에 첫 시집을 발표한다. 7월 중순 출간될 이 시집에는 이 교수가 대학 시절 서울대 학보(대학신문)에 투고했던 시부터 2004년 일본 교토에 머물며 썼던 최근작까지 모두 60여 편이 실린다.

그는 “문학이 죽었다거나 문화가 상업화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순수문학에 대한 열정, 시를 사랑하는 문화가 자리 잡힌 나라는 드물다”며 “나도 시집을 내 문학의 정수(core)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시집에 묶일 시 중 일부는 계간지 ‘문학의 문학’ 여름호에 발표됐다. ‘내가 포도밭에서 일할 때’ ‘나는 길가에 버려진 돌’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등 6편이다.

이 교수는 “첫 시집에는 이제까지 내가 써 온 모든 시가 망라돼 있기 때문에 실험적 양식부터 서정시와 동시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독교에 귀의해 세례를 받은 이 교수는 “‘내가 포도밭에서…’처럼 성경에 나오는 이미지를 빌려온 시와 신앙 시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집은 ‘내가 나에게 쓰는 시, 어머니에게 주는 시, 아이들에게 주는 시, 크리스천에게 주는 시, 예수님에게 바치는 시’ 등 5부로 구성됐으며 제목은 ‘내가 포도밭에서 일할 때’(가제·문학세계사)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6년 ‘시인세계’ 겨울호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등 시 두 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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