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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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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원망’과는 달라요.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슬픔이랄까요. 그런 한(恨)의 정서가 한국 멜로드라마의 특징이죠.”(오수연·40)
“일본 멜로드라마는 인기 남자배우가 등장해야 해요. 아무리 유명한 여배우가 출연해도 시청률이 안 나오거든요.”(나카조노 미호·49)
“한국에서는 여배우를 잘 잡아야 하는데…. 한국 시청자는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남자보다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여성에 더 몰입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여성 드라마 작가가 만났다. 9∼12일 열린 제3회 동아시아 방송작가 콘퍼런스에 참가한 두 작가는 10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 현 하우스텐보스에서 한일 드라마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가을동화’ 등을 쓴 오 씨는 ‘겨울연가’의 스토리텔러로도 참여했다. 한류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 작가인 만큼 이번 행사에서도 해외 취재진의 조명을 받았다. 나카조노 씨는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 ‘파견의 품격’을 비롯해 영화 ‘도쿄타워’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품을 썼으며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는 2003년 한국에서 ‘요조숙녀’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상대의 팬을 자처한 둘은 양국 드라마에 대해서도 비교와 분석을 내놓았다.
“감정을 중시하는 한국인은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좋아하죠. 멜로드라마의 관건은 얼마나 큰 장애를 뛰어넘는 사랑을 하느냐인데 요즘엔 그런 소재로 불륜이 대두되고 있어요.”(오)
“저도 한때 불륜 전문 작가였어요.(웃음) 일본 드라마는 언제부턴가 전문직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개발하게 됐죠. 볼 것은 많아졌지만 가슴에 남는 드라마는 사라졌어요. 겨울연가를 비롯한 한국형 멜로는 일본 시청자의 빈 곳을 채워준 겁니다.”(나카조노)
두 사람은 양국 드라마의 제작 현실도 비교했다. 보통 15편 이내로 만들어지는 일본 드라마는 사전 제작이 정착되어 있는 편. 오 씨가 “쪽대본이라는 게 일본에도 있느냐”고 물었다. 나카조노 씨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날 대본을 써서 그날 연기를 하는 게 가능하냐”며 “(일본에서는) 방영 4개월 전에 집필을 끝낸다”고 말했다.
나카조노 씨는 ‘하얀 거탑’의 야마자키 도요코 씨 등 일본 작가 7명이 쓰고 한국 제작진과 배우가 참여하는 한일 공동 제작 드라마 시리즈 ‘텔레시네마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나가사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