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따는 스크류, 와인향 지킨다

  • 입력 2008년 6월 2일 08시 04분


지난 줄거리 - 와인을 잘 몰라 스트레스를 받던 정유진은 소믈리에로 일하는 고교 동창 김은정에게 연락해 매주 한 차례 과외를 받기로 한다. 첫날 라벨에 담긴 정보를 배운 정유진은 문익점처럼 포도 접수를 밀수한 장 레옹, 돔 페리뇽 수사의 코르크 마개 발명으로 탄생한 샴페인, 백년전쟁의 원인은 와인이라는 것을 배운다. 골프 와인으로 알려진 ‘1865’가 사실 와인회사인 산 페드로의 설립 연도이고, ‘아스티’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을 칭하는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고급 화이트 와인으로 꼽히는 샤블리가 굴과 잘 어울리는 이유가 중생대 바다였던 샤블리 토양에 화석화된 굴 껍질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사실도 습득한다.

아홉 번째 와인 과외날. 김은정이 주문한 와인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울프 블라스 골드 라벨 쉬라즈(Wolf Blass Gold Label Shiraz)’다.

보아하니 울프 블라스는 회사 이름, 골드 라벨은 등급, 쉬라즈는 품종인 것 같다. 와인을 마신 지 두 달 가량 지나니 라벨 보는 눈이 생긴다. 그런데 이 와인, 왠지 특이하다. 병 입구에 코르크가 없고, 소주처럼 돌려서 따는 뚜껑으로 돼있지 않은가. 궁금증이 생긴다.

“이건 뭐야? 왜 코르크가 없어?”

“그건 ‘스크류 캡’이라고 하는 건데, 울프 블라스 와인의 대부분이 코르크 없이 스크류 캡으로 돼있어.”

“아니, 코르크가 좋은 거 아냐? 이건 좀 싸구려 같은 느낌이 드는데.”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이 잘못 생각하기 쉬운 게 바로 네가 지금 말한 부분이야. 코르크로 와인병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해. 사실 코르크는 완전한 병입 도구가 아니야. 오히려 스크류 캡이 더욱 장점이 많지. 코르크는 보관이 잘못되면 부패해 와인의 향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지만 스크류 캡은 생산자가 만든 풍부한 맛과 향이 담긴 최상의 상태로 와인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 지나치게 빨리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막고, 장기 보관도 안전하게 할 수 있고. 오프너가 없어도 열 수 있으니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지.”

“그래도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여전히 코르크를 선호하지 않아?”

“꼭 그렇지 만도 않아. 2005년 말 외국의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4개국 소비자의 60이상이 스크류 캡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사거나 구매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답변했어. 로버트 파커는 2015년이 되면 세계 와인의 95가 스크류 캡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지.”

“그렇구나. 그런데 난 스크류 캡으로 된 와인을 처음 보는데.”

“앞으로 와인을 살 때 매장을 주의 깊게 봐봐. 그럼 의외로 스크류 캡 와인이 눈에 적잖이 들어올 거야. 호주 와인들이 특히 스크류 캡 사용에 적극적인데 우리가 마시는 울프블라스를 비롯해 펜폴즈, 하디스, 얄룸바 등 많은 호주 회사들이 스크류 캡으로 와인을 내놓고 있어. 스크류 캡도 진화를 거쳐 현재는 주석으로 된 마개에 와인과 닿는 부분이 PVCD층으로 된 스텔빈캡을 쓰고 있는데 바로 이게 파커가 세계 와인의 표준이 될 거라고 예견한 것이야.”

스크류 캡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울프 블라스의 향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쉬라즈는 후추와 블랙베리 향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호주의 대표적인 품종이라는데 코와 입 속을 자유롭게 부유하는 향이 산뜻하다. 코르크 마개라면 이런 향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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