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두 사춘기 소녀의 아릿한 성장통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분홍빛 손톱/아사노 아츠코 지음·김난주 옮김/272쪽·6800원·까멜레옹

함께 있는 것만으로 화제가 되는 두 소녀가 있다.

한 명은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몸을 판다는 악성 소문에 시달리는 고등학교 2학년생 다카토 루리.

또 다른 한 명은 루리의 일년 선배이자 미래를 예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덕에 ‘마녀’라 불리는 아야메 슈코.

‘아무것도 전해주지 않으면서도 전한 척하는’ 이 무책임한 소문 덕에 모두에게 조롱과 기피의 대상이 된 두 소녀가 만났다. 이상한 조합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개의치 않는 유일한 사람이 서로임을 깨닫는다.

타인에게 무심 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루리의 겉모습 뒤엔 솔직하고 풍요로운 감정이 숨겨져 있다. 슈코는 그것이 루리가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이란 걸 알게 된다.

루리가 자신의 몸에서 가장 좋아하며 유일하게 공들여 가꾸는 ‘분홍빛 손톱’을 칭찬하는 것도 슈코뿐이다. 물론 설명 없이 뭐든 생각나는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슈코의 엉뚱함을 이해하는 것도 루리뿐이다. 루리는 슈코의 검고 긴 머리와 깊은 눈에 매번 매료당한다.

어느덧 슈코는 가슴에 손을 얹고 살며시 누르는 버릇이 생기게 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싶어서’다. 처음으로 슈코의 손을 잡고 걷는 날, 루리는 찌릿찌릿한 전율과 함께 ‘달콤하고, 아프고, 애처롭고, 날카롭다. 울음이 나올 것 같다’고 느낀다.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소녀들의 마음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생긴다. 이것은, 사랑일까?

우리의 성 통념상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보기 어려운 개방적인 성 문화가 곳곳에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미덕은 두 캐릭터의 특이함이나 10대 소녀들의 동성애란 과감한 소재에 있지 않다. 금기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두 소녀의 사랑이 순정만화 같은 뻔한 감상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은 이들의 복잡한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덕분이다.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10대 소녀들의 예민하고 순수한 감정 선이 살아 있다.

평범하지만은 않은 두 사춘기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가 그 시절 성장통과 풋사랑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서로에게 다가서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은은하게 드러내기 시작하는 두 소녀의 이미지는 ‘분홍빛 손톱’이란 제목과도 잘 어울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